증권
알짜 전환사채 발행나선 코스닥업체 주식 주목
입력 2017-06-04 16:15 

알짜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식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CB를 사들이는 기업이나 CB를 낮은 이자율로 발행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향후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 발행 결정 공시 건수는 모두 35건으로 전년 동월 22건 보다 59% 급증했다. 최근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면서 자금이 필요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더 좋은 조건에 CB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B는 회사채 발행 조건이 안되는 낮은 신용등급을 가진 상장사들이 약정 기간 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주식연계채권이다. 대형 상장사들보다 사업 위험이 큰 만큼 CB의 만기이자율은 평균 3% 수준으로 우량 회사채 대비 높다. CB는 사모 방식이 대부분인 만큼 일반 투자자들의 기회는 제한적이지만 CB발행 조건을 잘 지켜보면 직접 투자할 때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우선 상대적으로 알려진 기관들이 인수 대상자이거나 낮은 이자율에 발행하는 CB는 눈여겨 봐야 한다. 일례로 지난달 31일 반도체 장비업체 예스티가 발행한 300억원 규모 사모CB는 만기이자율이 0%임에도 키움증권·신한금융투자·IBK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증권사와 은행이 각각 30~50억원 규모로 인수에 참여했다. 앞으로 오는 2022년 5월까지 원금 이상의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음(콜옵션 대상 제외)에도 투자한 셈이다.

예스티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예스티의 CB 주식 전환가액은 3만2825원으로 현 주가(2일 종가 3만4800원)가 이미 전환가를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핸디소프트가 발행한 130억원 규모 CB(만기이자율 0%)는 증권사는 물론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투자에 나섰다. 핸디소프트는 1분기 11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최근 주가가 1년 내 고점 대비 절반 수준(1만4900원→6440원)으로 낮아진 만큼 주가가 앞으로 5년 안에 전환가액인 7271원을 웃돌 가능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반면 이자율이 높은 기업들은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일 사파이어테크놀로지가 발행한 20억원 규모 CB의 만기 이자율은 9.5%에 달하는데 아주저축은행이 전량 인수했다. 이 회사 CB를 주식전환 없이 2020년 5월까지 보유할 경우 복리를 포함한 이자율은 원금의 25.7%에 달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 2012~2014년 수백억 영업손실 후 2015년에 잠시 흑자전환했다가 지난해 다시 195억원 영업손실을 남긴 바 있다.
한 중형 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최근 사업성이 부진하거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일 수록 높은 이자율로 CB를 발행할 수 밖에 없고 기관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다며 반대로 이자율이 높지 않음에도 다수 기관이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주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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