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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간절함이 빚어낸 프로야구 개명효과
입력 2017-06-03 06:17 
손아섭은 2009명 개명 이후 국가대표급 외야수로 거듭났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이름이 정말 인생을 좌우할까. 이름을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뀐다는 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명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늘고 있다. 개명하는 이유는 돌파구이자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기나긴 부진에서 탈출해 야구를 잘 하고 싶으며, 지긋지긋한 부상을 벗어나 건강하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마음으로 하는 선택이다. ‘될까, 안 될까 하는 반신반의가 아닌 ‘돼야만 한다는 눈물어린 간절함이다.
◆ 손광민→손아섭
개명 후 성공한 야구선수는 대표적으로 손아섭(29·롯데)이 꼽힌다. 4월 2일 통산 1000경기를 출전한 손아섭은 개명 이후 국가대표급 외야수로 거듭났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29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첫 시즌 4경기 출전에 그쳤다. 야구를 잘 하고 싶었던 손아섭은 어머니 제안으로 2009년 부산 한 작명소에서 개명했다.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의 개명효과는 2010년부터 빛을 발했다. 2010년 422타수 129안타 11홈런 47타점 타율 0.306으로 맹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2016년까지 통산 타율 0.323으로 롯데의 간판타자가 됐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에 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두 차례(2013·2017) 참가했다.

◆ 오재영→오주원
넥센의 좌투수 오주원(32)은 건강하게 야구를 하자는 의미로 2016년 개명했다. 10년 넘게 프로 무대에서 오재영이라는 이름으로 뛰었던 그는 2016년 8월 13일 잠실 두산전서부터 오주원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오주원은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됐다. 프로 입단 첫 해 10승 9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부상이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다. 2012년 8월 23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2013년 8월 복귀했다. 안정을 찾을 무렵, 건강에 적신호가 또 켜졌다. 2015년 시즌 개막 전 고관절 부상(강직성 척추염)으로 쉬어야했다.
오주원은 2017년 넥센 불펜의 주요선수로 자리매김해 2승 4패 5홀드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1.59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개명 이후 맞이한 2016시즌 김세현은 데뷔 처음으로 세이브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영민→김세현
김세현(30·넥센) 역시 건강을 위해 개명에 나섰다. 김영민이었던 김세현은 2006년 현대에 입단했다. 속구 구속이 150km가 넘는 우투수 유망주였지만, 데뷔 첫 해 20경기에 등판했을 뿐이다. 2010년 1월에는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1년 후에야 복귀했다. 부상이 재발해 그 해에도 8경기 밖에 뛰지 못했.
그러던 김세현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복귀 후 2015년 9월 5일 문학 SK전에서 완봉승을 기록한 그는 만성 골수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시즌을 접고 병마와 싸운 김세현은 약물치료 후 재기에 성공했다.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개명을 결심했다.
개명 이후 맞이한 첫 시즌은 김세현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2016년 2승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 데뷔 처음으로 세이브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 김동명→김동욱
프로 11년차인 김동욱(29·kt)은 최근 개명했다. 야구를 잘 하겠다는 절실함 하나였다. 이름을 바꾼 건 ‘신의 한 수가 됐다. 김동명보다 김동욱이라는 이름을 야구팬에게 더 각인시키고 있다.
김동욱은 2007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삼성 유니폼을 입는 동안 1군 무대를 6경기만 뛰었다.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거쳐 신생팀 kt로 이적했다. 하지만 kt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5년과 2016년 21경기씩 출전에 그쳤다. 포지션을 바꾸기도 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아예 이름까지 바꿨다. 김동욱이 된 그에게 거짓말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조니 모넬의 부진으로 5월 19일 콜업된 후 13경기에 출전해 43타수 17안타 4홈런 타율 0.395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5월 23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2016년까지 통산 홈런 3개에 그쳤던 김동욱은 올해 13경기 만에 홈런 4개를 쳤다.
올 시즌 개명한 오태곤은 kt 위즈로 이적해 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승택→오태곤
오태곤(26·kt)은 4월 18일 개명했다. 공교롭게도 개명 직후 롯데에서 kt로 트레이드 됐다. 최근 kt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5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결승타를 날려 팀을 승리로 견인했다.
오태곤은 2010년 오승택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2014년부터 백업 유격수로 꾸준히 1군 무대를 밟았다. 2015년에는 122경기에 출전해 90안타 43타점 타율 0.275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4월 8일 사직 삼성전에서 왼쪽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그라운드는 4개월 뒤 돌아왔다. 부상 후 재활에 고생한 오태곤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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