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주)LG 부회장이 LG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다.
LG 관계자는 2일 "구 부회장이 다음주 중반부터 시작되는 그룹 전략보고회를 주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구본무 (주)LG 회장이 직접 전략보고회를 주재했다.
LG그룹 전략보고회는 매년 6월과 11월 두차례 열린다. 6월에는 계열사별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고 11월에는 한해의 성과를 점검한다. 계열사별로 정해진 보고 일정이 있으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들은 그 일정에 맞춰 그룹 최고 경영진에게 현황을 보고하고 전략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 부회장이 전략보고회를 주재한다는 것은 앞으로 구 부회장이 LG그룹 경영 실무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룹 경영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형인 구본무 회장을 도와 그룹의 신성장 사업 부문을 관리했다. LG는 지난해 12월 임원인사 당시 "구본무 회장은 (주)LG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최고경영진 인사 등 주요 경영사안을 챙기고 구 부회장은 주력사업의 경쟁력 및 수익성을 제고와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사업 전반을 살필 것"이라고 이러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대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자국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통상 보복조치를 남발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새정부가 들어 경제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는 등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이라 구 부회장의 책임이 더욱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전자와 화학이 중심이 사업구조로 인해 4차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그룹을 잘 이끌어 기회는 잘 살리고 위기는 무사히 넘겨야하는 임무가 구 부회장에게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 부회장은 현 시점이 LG그룹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LG그룹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임원세미나를 통해 그룹 경영진에게 "글로벌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며 "사업 방식과 경쟁 양상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쟁 우위 기반이 뿌리 채 흔들릴 수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업 환경과 기술의 변화 양상을 직시하고 우리 사업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시장과 경쟁의 관점에서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냉철하게 살피고 어떻게 이를 강화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도 "과거의 성공과 그 방식에 얽매여 스스로 혁신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사업의 근간인 R&D와 제조 부문이 중심이 되어 제품 차별화와 생산 효율화를 이룸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략보고회에서 구 부회장은 계열사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혁신 전략'을 계열사 경영진들과 함께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전장사업과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대한 투자 전략을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공장에 새로 짓고 있는 P10 디스플레이 제조 라인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전략보고회를 통해 결정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2차전지 생산 시설 확대를 위한 투자 전략과 신소재 개발 방향 등을, LG유플러스는 홈 IoT 시장 공략 전략을 보고할 전망이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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