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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시장 주도권 놓고 금융위-금감원 황당한 집안싸움
입력 2017-06-01 16:42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 제도화와 관련한 주도권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비트코인 업계 관계자들과 진행할 예정이던 비트코인 제도화 관련 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오늘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금융위와 협의해 회의를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트코인 거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투자자 자금을 가상화폐거래소 계좌가 아닌 은행에 예치하는 '제 3자 예치금 제도' 를 포함한 업계의 다양한 건의사항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당초 이날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관련 업체들은 갑작스러운 회의 연기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준비가 덜 됐으니 더 준비한 다음에 회의를 열겠다는 연락을 갑자기 받았다"며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안전장치가 없어 투자자 입장에서 불안한 점이 많은데 하루빨리 당국과 업계가 모여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가 전격 연기된 것은 금융위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감원이 가상화폐 업체들과 회의를 연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금융위의 반대로 회의가 전격 취소됐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금융위와 금감원간 불협화음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은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핀테크 산업의 제도화·감독 관련 콘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게 시장의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경제관련 부처는 지난해 11월 디지털 통화 제도화 TF를 꾸려 학계·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간 견제로 어느 한 기관이 주도적으로 비트코인 제도화 업무를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 관련 소비자 보호 규제 등은 금감원이 주도하고 있고 블록체인 등 가상화페 거래 기반이 되는 기술과 관련된 거시적인 논의는 금융위가 이끌고 있다.
한 비트코인 업체 관계자는 "어느 한 기관이 키를 쥐고 통일감 있게 제도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각자 권한을 지키는데만 바쁜 것 같다"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기관이 갈등을 빚으면서 업계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P2P업체 써티컷(30CUT)은 업계 최초로 기관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유치하는 P2P대출상품을 개발했지만 상품출시를 못하고 있다. 금감원 은행감독국이 상품 약관을 승인해줬지만 금융위가 기관투자자(금융기관)도 P2P투자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지 않아 상품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긍정적으로 검토한 사안을 정책기관인 금융위가 막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양 기관의 불협화음 때문에 애꿎은 핀테크 업체들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금융위를 사실상 해체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체계를 장기적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금융위·금감원 양 기관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등장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관계가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며 "핀테크 산업과 관련해 확실한 콘트롤타워를 만들지 않으면 산업 발전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 김종훈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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