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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대립군`, 어라? 500년 전 이야기인데…현실이 오버랩
입력 2017-05-31 07:01  | 수정 2017-05-31 08:3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나라가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나라를 망가뜨린 뒤 도망갈 궁리를 하고, 다른 한쪽은 나라를 재건하려 한다. 뭉뚱그려 얘기했지만 얼마 전 국정농단이 휩쓴 현실의 대한민국과 500년 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이야기가 비슷하다.
토우(이정재 분)는 대립군을 이끌며 다른 사람의 군역을 대신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은 토우를 비롯해 배고픈 백성 대립군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두 번 죽인다. 싸우다 죽은 사람의 면전에 대고 다른 사람이 다시 와야 한다며 전쟁에 참여한 이들을 업신여기는 이들. 전쟁은 대립군이 했는데 관군들은 먹고 마시고 잔치를 한다.
관군들 말처럼 "대립군은 허깨비"다. 자신들의 이름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생각과 행동하는 건 군주가 되고도 남을 것 같은데 천한 신분인 토우는 그저 묵묵히 자신과 친구들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다만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일말의 희망과 바람으로 어린 광해(여진구 분)를 따른다.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는 나약한 존재다. 어쩔 수 없이 나라를 이끌게 됐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대립군과 여정을 떠나면서 군주의 자질과 행동을 터득해 나간다.
대립군은 군주의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일깨운다. "이치에 맞는 말에 귀천이 어디 있겠나?"라고 말하는 등 제대로 된 정신이 조금은 박혀 있는 광해지만 그의 곁에 신하와 상황들은 그를 나쁜 왕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신분이 미천한 토우가 리더를 각성시켰다.
이정재와 여진구가 감정을 쌓아가는 부분이 꽤 진지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토우의 말을 듣고 변하는 광해의 모습은 관객의 심장을 요동치게 할 정도다. 물론 토우가 직접 광해에게 변화를 강요한 건 아니다. 그 지점이 나쁘지 않게 그려진 점은 좋다.
제작진은 실제 분조 행렬이 움직인 동선을 철저히 분석해 당시 국지전을 펼친 사실을 적극 반영해 리얼리티를 강화했다. 배우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힘들어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백성이 곧 나라의 주인이자 역사를 이끄는 영웅들이다. 몇몇 가슴에 박히는 대사들이 관객을 흥분하게 할 만하다.
"누가 임금이 되어도 바뀌지 않는다는데 왜 목숨을 내놓느냐"는 곡수(김무열 분)의 말에 토우는 답한다. "혹시 아는가? 성군이 나타날지."
지금보다 더 좋은 군주가 계속 나와야 한다는 말 아닌가.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가 은은하게 드러났으면 좀 더 매력적이었을 텐데, 너무 직접적이라 호불호는 갈릴 것 같다. 너무 긴 러닝타임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솜(의녀 덕이 역), 박원상(대립군의 의리파 조승 역), 배수빈(광해의 호위대장 양사 역) 등도 힘을 실어 역할을 충실히 했다. 곡성에 이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두 번째 한국 영화 배급작이다.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 31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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