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신한 아성` 무너졌다…KB금융 2분기 순익 1위 오를듯
입력 2017-05-29 17:53  | 수정 2017-05-30 09:18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신한금융지주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지주가 1위 등극을 눈앞에 두면서 금융업권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2분기 KB금융그룹 당기순이익이 신한금융그룹을 앞지르면서 국내 대표 금융지주 자리가 신한금융에서 KB금융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분기 순이익 기준으로 KB가 신한을 제치는 것은 2015년 1분기 이후 2년 만이다. KB가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비은행 부문을 키운 반면 신한이 소극적인 1위 수성 전략을 고집한 탓에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 내부에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간 지켜온 순익 기준 금융업계 선두 자리를 KB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한국투자증권이 발간한 실적 리뷰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KB금융이 785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신한금융(6220억원)을 1600억원 이상 앞설 전망이다. 지난 1분기에는 신한금융이 9971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KB금융(8701억원)의 거센 도전을 물리친 바 있다. 2분기에 KB금융 실적이 신한금융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증권(옛 현대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는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지난 4월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따른 이익이 2분기부터 반영되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시장에서 두 자회사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KB손보 지분율은 94.3%, KB캐피탈은 79.7%로 올라섰다. 1분기만 해도 KB손보 지분 39.81%, KB캐피탈 지분 52.02%의 순이익만 KB금융 실적에 포함됐지만 2분기부터 실적 반영 비율이 계열사별로 높게는 두 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2분기에는 1등 금융지주가 KB로 바뀌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두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 실적만 보면 이미 신한은 KB에 밀렸을 뿐 아니라 우리은행에도 추월당하며 3위에 머물렀다. 지난 1분기 기준 KB국민은행 당기순이익은 6635억원, 우리은행은 6375억원으로 신한은행(5346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매각에 따른 매각금액과 이연법인세 효과 등으로 생긴 손익이 반영됐지만 이를 뺀 영업이익을 봐도 국민은행이 1조6212억원으로 역시 신한은행(1조3935억원)을 제친 바 있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국민은행이 1.66%로 신한은행(1.53%)보다 높아 향후 성장 가능성 면에서도 국민은행의 선전이 계속될 것이란 진단이다.
주가에서도 이미 KB가 신한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이 KB금융 주가를 앞섰지만 올해 들어 지난 1월 26일을 기점으로 4년 만에 KB금융 주가가 신한금융을 넘어섰다. 이후 주가 차이는 더 벌어져 29일 종가 기준으로 KB금융 주가는 5만원을 훌쩍 넘어선 5만4000원을 기록한 반면 신한금융은 4만9750원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 면에서는 아직 신한금융(23조5914억원)이 KB금융(22조5780억원)을 앞서고 있지만 KB의 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금융권 시총 1위 자리도 바뀔 전망이다. 이처럼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앞서나가는 양상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KB가 그간 과감한 M&A 전략으로 영토를 넓혀온 반면 신한이 소극적인 방어 전략에 몰두한 결과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B는 2014년 KB캐피탈, 지난해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반면 신한은 2013년 예한별저축은행(현 신한저축은행) 인수를 마지막으로 국내 금융사 인수전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각각 은행·카드업계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신한생명(6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5위), 신한금융투자(6위) 등은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신한금융으로부터 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를 받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올해 1분기 460억원의 순이익을 얻는 데 그쳐 1088억원을 올린 KB증권에 밀렸다.
연초 취임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20년까지 아시아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과 함께 해외 금융사 M&A·투자은행(IB) 역량 강화를 성장전략으로 내세운 것도 이 같은 성장잠재력 약화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한의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출자액/자기자본)이 지난 3월 말 기준 125%로 110%대인 타 금융지주 평균보다 높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 권고 기준 130%에 근접하고 있어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A나 자회사 출자를 단행하면 이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신한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출자 전략을 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장전략을 고수해 온 것이 겉으로는 안정적인 경영으로 비쳤지만 실제로는 KB 추격을 허용하는 맹점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관계자는 "올해 베트남에서 글로벌 M&A에 성공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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