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두테르테의 정신나간 농담…방군소탕 軍장병에 "3명까지 강간해도 봐줄것"
입력 2017-05-28 15:59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 지역에 투입된 군인들에게 여성을 성폭행해도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계엄령 선포 지역인 남부 민다나오섬 일리간을 위문 방문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소탕에 투입된 장병들에게 "이번 계엄령의 결과와 파장은 전적으로 내가 책임지겠다"며 "여러분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이 (여성을) 3명까지 강간한다면 내가 저지른 짓이라고 해줄 것"며 "여러분을 위해 내가 감옥에 가겠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이를 두고 필리핀 여성인권보호단체 '탕골바이'는 성명을 통해 "강간은 흉악범죄로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탕골바이는 1972년 계엄령을 공포해 독재 체제를 구축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집권시기에 군과 경찰이 수많은 강간 사건을 일으켰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군인들의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펠림 카인 아시아지부 부지부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민다나오 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군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는 인권운동가들의 걱정을 확인해줬다"며 "필리핀 정부가 여성 인권 침해를 눈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독려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계엄령이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우려해온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리사 혼티베로스 필리핀 상원의원은 "강간은 범죄로 누구에 의해서도 농담 거리가 돼서는 안된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을 쏘아붙였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외동딸인 첼시는 언론 보도를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접했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두테르테는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잔인한 폭력배"라고 비난했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과장된 허세를 부린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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