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주변 부동자금이 꾸준히 늘면서 실적장세에 이어 유동성 장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작년말에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의 단기 예금 등 금융상품 잔고를 합치면 시장 전체 부동자금은 작년말 1천조원을 돌파한데다 증시 주변 부동자금도 300조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과 최근 코스피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자 주식을 팔거나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대기성 금융상품 계좌로 몰린 것입니다.
또 코스피가 2,300선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부동산 활활을 몰고온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주변 부동자금은 전날 기준 298조1천11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말의 265조1천785억원보다 12.4%(33조원) 늘어난 것입니다.
항목별 증시 부동자금을 보면 투자자 예탁금(23조5천883억원), 파생상품거래 예수금(7조6천731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71조2천227억원), 위탁매매 미수금(1천232억원), 신용융자 잔고(7조6천693억원), 신용 대주 잔고(80억원) 등입니다.
특히 법인과 개인이 투자해 자산운용사들이 굴리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24일 기준 135조7천22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0.1%나 불어났습니다.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수시입출금식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작년 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52조1천억원 수준입니다.
증시 부동자금이 늘어난 것은 작년 말 '최순실 게이트'와 미국 대통령 선거, 그리고 이달 9일 한국 대선 등으로 금융시장 예측이 불투명해지자 불안 심리를 느낀 투자자들이 증시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뚫고 추가 상승세를 지속하자 고점으로 인식한 투자자들이 주식 매도와 주식형 펀드 환매 자금까지 들어와 잔고가 불어났습니다. 전날 코스피는 25.59포인트(1.10%) 오른 2,342.93으로 나흘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증시 부동자금은 예금 등 안정적인 상품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보다 적극적인 투자 성향의 고객 자금입니다. 따라서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 등 증권가 주변을 맴돌면서 언제든지 투자 기회를 엿보는 대기성 자금 성격이 짙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코스피가 안정적으로 대세 상승추세를 보이면 일부 대기성 자금이 증시로 몰려 자산간 자금 이동이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과거 경험상 국내 투자자들은 증시가 좀 더 안정적으로 상승궤도에 진입하면 늦게 투자를 결정해 투자에 나서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증시가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고 투명성이 개선되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시점에서 고점을 우려한 투자자들도 가격 부담을 낮추고 주식 등 자산에 분산해 적립식 투자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오르다가 조정을 받아도 다시 상승세로 복귀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석현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새로 들어온 자금은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주식 관련 시장으로 올 수 있지만,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투자된 자금은 움직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계에 여유 자금이 많지 않은 점이 주식 관련 투자를 주춤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가계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한 단기 투자 금융상품에 묶인 자금이 자산 투자로 이동하는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의 단기 예금 등 금융상품 잔고를 합치면 시장 전체 부동자금은 이미 1천조원을 돌파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1천10조3천억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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