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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야구장의 얼굴’ 전광판은 진화한다
입력 2017-05-22 06:31 
잠실구장 전광판의 변화. 위는 올해부터 새로 사용하는 시스템, 아래는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시스템.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전광판은 야구장의 얼굴이다. 녹색 그라운드의 중앙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는다. 관중이 야구장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인 동시에, 야구장의 이미지도 결정 지을 수 있는 사물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의 관중이 셀 수 없이 오랜 시간 전광판에 시선을 고정한다.
전광판은 야구장에 모인 팬들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의 코칭스태프,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는 충실한 안내판이 되어준다. 경기의 모든 상황이 전광판에 담겨있다. 야수들은 수비 시 카운트를 헷갈리지 않도록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를 주시하고, 투수들은 공 하나를 던지고 뒤를 돌아 전광판에 찍히는 자신의 구속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전광판의 기능은 단순하게 안내판으로만 머물러있지 않다. 팬서비스 기능들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각 구단들은 전광판을 통해 야구장 관람의 재미를 도모하려 하며, 이에 따라 전광판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업그레이드되는 각 구장의 얼굴들
2015년 케이티 위즈파크가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풀HD급 화질,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최초 도입 등 전광판의 새바람을 불러온 듯 했다. 위즈파크의 전광판 시스템은 MLB, NBA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kt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같은 시스템이 대구와 잠실에도 상륙했다.
LG와 두산이 사용하는 잠실구장은 올 시즌 전광판을 리뉴얼했다. 전광판 하드웨어 교체는 없었지만 소프트웨어(프로그램)를 새로 도입한 것이다. 오래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던 잠실구장은 이제 전광판 해상도(HD급)에 맞춰 고사양의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사용하던 소프트웨어에 자체 업데이트 기능 한계가 있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자체적으로 업데이트가 돼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전광판 밝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돼 주간·야간 경기 때 팬들의 관람 편의도를 증대했다”는 게 구장 관리본부장의 설명이다.
다만 소프트웨어로 하는 전광판 기능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잠실구장은 시설 면에서 가장 낡은 프로 구장이 됐다. 하드웨어가 받쳐주지 않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구장 관리본부장은 팬들이 좀 더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시설 자체를 보완하고 싶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설치돼 관중의 불편함을 덜어준 고척돔 전광판. 사진=김재현 기자
KBO리그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은 ‘돔 시대의 시작을 알렸지만 그 만큼 시행착오도 겪었다. 특히 전광판은 프로구장으로서는 미달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가장 불편을 겪은 건 구장을 찾은 팬들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독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작은 전광판 하나에 의존하면서 생긴 사각지대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서울시는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개최를 앞두고 전광판을 업그레이드했다. 1루와 3루 양쪽 측면에 새로 설치한 ‘쌍둥이 전광판은 이러한 불편을 모두 해소했다. 전광판의 크기가 커진 동시에 화소를 높이면서 화면을 선명하게 만들었고, 이와 비례해 팬들의 만족도도 한층 뚜렷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스마트TV를 표방한 SK 홈구장의 빅보드. 사진=MK스포츠 DB
◆모두가 즐기는 콘텐츠로…‘빅보드
SK 와이번스는 2016시즌을 앞두고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가로 63.398m, 세로 17.962m, 총 면적 1,138.75㎡ 규모로 이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였던 메이저리그의 세이프코필드보다도 총 면적이 77.41㎡가 더 크다. SK는 압도적인 크기(BIG)와 팀의 승리(VICtory)를 함께 담아 전광판에 ‘빅보드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그 어떤 좋은 내용물이 있더라도 그것을 담아낼 하드웨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점에서 빅보드는 풍부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게 해줬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스마트TV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전광판에 과감하게 투자한 SK는 활용도를 경기 외 음악회, 뮤지컬, 영화 상영 등까지 확장했고 심지어는 전광판을 이용한 웨딩 촬영 프로그램도 출시했다.
SK는 전광판을 최대한 활용해 야구팬, 시민들에 공공재로서의 빅보드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뮤지컬 페스티벌.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올 시즌에는 팀 콘셉트(희망)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선수들의 명언을 띄운다거나 경기 종료 후 긍정적인 기운을 전하는 ‘힐링송과 함께 경기 하이라이트를 상영한다. 또, ‘불금파티나 ‘불꽃축제 등 관중의 집중도가 높아질 때 4~5분 분량의 미니 다큐 영상도 튼다.
크기가 큰 만큼 관중의 주목도는 남다르다. 김성용 매니저는 예전에는 일행과 이야기하거나 폰을 들여다보는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쉬어가는 타이밍에도 관중이 빅보드의 널찍한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전광판 참여 이벤트 참여도도 몰라보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빅보드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객관적 수치는 광고에서 확인 가능하다. SK는 빅보드에 ‘오늘의 식음료로 구장 내 신메뉴를 알렸는데 그 품목들이 즉시 매출로 이어진다. 새로 출시한 구단 상품들도 전광판에 알릴 경우 직접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고.
김성용 매니저는 빅보드는 좌석의 등급, 가격과 관계없이 모두 즐기는 공공재다. 작은 전광판을 사용할 때는 일부만 즐길 수 있었다면, 이제는 모든 사람이 즐기는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빅보드부심은 야구장을 찾는 팬, 구단 모두의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전광판 담당자가 챙겨야 할 주요 업무 중 하나. 예상 달성 대기록을 미리 체크해 경기 중 바로 내보내도록 한다. 사진=MK스포츠 DB
◆경기 전·후, 경기 중 전광판은 어떻게 작동할까
kt 위즈 마케팅팀 이한승 과장은 홈경기가 열리는 날 손꼽히게 바쁜 사람 중 하나다. 위즈파크의 전광판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경기서 달성이 예상되는 기록들을 챙기거나 전광판을 통해 나가야 할 광고, 이벤트를 모두 챙겨 홈경기 진행 일지를 짠다. 이후 방송실로 이동해 스태프와 공유하고, 경기 1시간 전 라인업을 받으면 그것을 올리는 것으로 경기 전 준비가 끝난다.
하루 종일 매달리는 업무지만, 진짜 고역은 경기 중 발생한다. 공수 교대 등 잠깐의 휴식시간에도 전광판은 멈추지 않아야 하기에 이한승 과장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같은 자리서 긴장 속에 전광판 시스템에 붙어 있는다.
경기 당 협력업체 5명과 이한승 과장까지 총 6명이 전광판 업무에 매달린다. 전광판 작동, 경기 상황 운영, 자체 카메라 지휘 감독, 전구 혹은 시스템 오류의 복구, 메인 전광판 상단에 함께 설치된 문자 전광판 운영 등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다. 이한승 과장은 이러한 전체 업무를 총괄한다. 전광판 광고 모니터링도 주요 업무다.
작동 중 실수도 종종 생긴다. 지난 시즌에는 잘못된 점수가 꽤 오랫동안 노출되기도 했다. 이를 인식하고 바로잡는 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경험한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백업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오류가 생길 경우 백업 프로그램을 불러오면 빠르게 해당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고. 덕분에 운영의 어려움도 크게 줄었다.
꼼꼼한 관리는 필수다. 이한승 과장은 전광판 하드웨어는 시즌 중은 물론, 비시즌에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소프트웨어는 버그를 수정한다든가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업데이트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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