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고 우울증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생산직 근로자이던 김 모씨(사망당시 31세)의 아버지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만 26세 미혼 여성이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한 전자장치 생산 업체에 취직해 기계로 필름 커팅 작업을 하던 중 2009년께 손가락 6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1년여 동안 3차례의 접합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장애가 남았다. 김씨는 같은 시기에 환각·환청 증세를 동반한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다가 사고 5년 후인 지난 2014년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스스로 투신해 숨졌다.
앞서 원심은 "사고로 인해 뚜렷한 지적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고, 사고 후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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