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국 기니] 신태용 감독 “승리는 오늘로 끝…이제부터 시작”
입력 2017-05-20 23:55 
2017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기니와 1차전을 승리로 이끈 신태용 감독.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20일 전주의 밤은 뜨거웠다. 3번의 골 폭죽이 터진 신명나는 축제였다. 승리에 취할 법도 하지만 신태용(47)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3일 후 결전을 준비했다.
신 감독은 20일 기니와의 2017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승리로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실 개막전이라 승리에 대한 압박이 컸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잘 해줬다.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의 기를 누른 게 주효했다. 골 결정력까지 살아났다”라고 만족했다.
그렇지만 신 감독은 활짝 웃지 않았다. 그는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났다. 선수들에게도 오늘까지만 기뻐하라고 일러뒀다. 내일부터는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해야 한다. 들뜬 선수들을 차분하게 만들어야 한다. 1경기로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오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잉글랜드에 0-3으로 패한 아르헨티나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신 감독은 남미 예선 영상을 통해 확인한 전력보다 훨씬 강했다. 선수 개개인 기량이 뛰어났다. 더 집중하며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 동안 내 머릿속은 온통 기니전으로 가득했다. 지금부터 아르헨티나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연구하겠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의 일문일답.
-기니전 총평은.

개막전이라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다. 승리에 대한 압박감도 컸다. 경기 시작과 함께 10분간 수비라인을 내려 기니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런데 상대의 기를 살려주면 안 될 것 같았다. 5분 만에 ‘이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느꼈다. 선수들에게 전방 압박과 함께 정상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그게 주효하면서 밀리지 않았다. 선수들이 열심히 잘 해줬다. 골 결정력도 살아났다.
-3득점 못지않게 무실점도 의미가 크다.
지난 14일 세네갈과 평가전(2-2) 이후 U-20 대표팀 수비를 우려했다. 기니가 세트피스에 강한 것을 분석했다. 이 점을 강조하면서 선수들에게 실점해선 안 된다고 했다. 대인 및 지역 방어를 혼용한 게 효과를 봤다. 이상민, 정태욱도 수비 리드를 잘 해줬다. 기니가 원톱으로 나와 스리백 수비로 맞섰으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할 계획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도 상대에 따라 변화를 주려고 한다.
-3만7500명의 관중이 찾아왔는데.
경기를 앞두고 이승우와 백승호에게 수만의 관중 앞에서 뛴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더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없으니 큰 압박감에)12번째 선수가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우의 선제골 이후 홈 어드밴티지를 충분히 활용했다. 선수들도 함성에 더 힘을 냈다. 앞으로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을 해주신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로 조영욱의 골이 취소됐다.
아쉬운 점도 있다. 골이 터진 후 나를 비롯해 다들 환호를 했다. 그런데 VAR로 무효가 되면서 허탈했다. 그러나 경기는 공정해야 한다. 스포츠맨십의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나도 오늘 경기 전 선수들에게 VAR에 대해 언질을 줬다. VAR이 도입됐지만 개의치 말고 끝까지 플레이하라고 했다. 전반 종료 후에도 VAR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20일 열린 2017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기니와 1차전에서 전반 36분 이승우(10번)가 선제골을 넣자 기뻐하는 신태용 감독.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좋은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났다. 선수들에게도 오늘까지만 기뻐하라고 일러뒀다. 내일부터는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해야 한다. 들뜬 선수들을 차분하게 만들어야 한다. 1경기로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를 지켜봤는데.
결과는 잉글랜드가 이겼지만 내용은 아르헨티나가 더 나았다. 전반 45분 동안 잉글랜드가 보여준 것은 크로스에 이은 헤더 골 밖에 없었다. 후반에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기량이 더 뛰어났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퇴장으로 분위기가 잉글랜드로 넘어갔다. 그래도 잉글랜드는 신체조건을 활용한 지역 방어가 인상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누구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더 집중해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뚜껑을 열어보니 남미 지역 예선 때보다 더 강하더라. 어떻게 공략할 지는 이제부터 연구하겠다.
-기니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원에서 쉬운 패스 미스가 있었다. 더 세밀했다면 더 좋은 찬스를 얻었을 것이다. 템포 조절도 좀 더 잘 해야 한다. 이 부분만 보완한다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더 재미있고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이승우가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는데.
지난 16일 그때 봤다. 의미를 물으니 ‘승리의 염원이라고 답하더라. 숨겨왔다가 오늘 공개했는데, ‘색이 약해졌는데 더 칠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웃음). 난 선수의 개성에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표출할 부분이 있다면, 더 과감하게 했으면 좋겠다. 대신 그만큼 책임 있게 보여주면 된다. 숙소에 가서도 선수들이 산책을 하든지 차를 마시든지 했으면 싶다. 각자의 루틴이 있다. 방에 오래 있는 것이 오히려 몸을 무겁게 할 수 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