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연예기자24시]흔들리는 개그계, 벼랑 끝 ‘새싹들’이 가야 할 길은
입력 2017-05-20 07:3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개그계가 흔들린다. 매년 연말 시상식이 열리면 대상을 비롯한 각종 주요 부문의 수상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개그계의 불안한 현실에 대해 말하곤 했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코미디 프로그램과 후배들을 위해 자신들의 기쁨을 만끽하기 보다는 뼈있는 수상소감으로 감동을 안긴 바 있다.
MBC 공개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야가 폐지된 뒤 그해 연예대상을 거머쥔 유재석은 후배들이 웃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 그들과 함께 웃으면서 방송하고 싶다. 그들이 이 자리에도 함께해 더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당시 인기상을 수상한 이경실 역시 자꾸 상을 줘서 잘못된 버릇 만들지 말고, 그냥 후배들에게 일자리 하나를 더 줘라”고 외치기도.
‘달인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김병만은 최우수상을 받은 뒤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진 MBC와 SBS에 코미디 부활을 눈물로 부탁하기도 했다.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고 있는 개그맨으로서는 2003년 박준형 이후 10년 만의 대상 수상했던 김준호는 개그맨을 꿈꿨던 과거를 떠올리며 후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코미디의 부흥을 외쳤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과 바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냉담하다. MBC는 공개 코미디 ‘개그야와 ‘하땅사, 콩트 코미디 ‘꿀단지가 모두 폐지된 이후 더 이상 새로운 개그 코미디를 내놓지 않고 있고, SBS ‘웃찾사 역시 어렵게 부활했지만 다시금 폐지설에 휩싸이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존하는 최장수 개그프로그램이자 유일한 지상파 공개 개그 무대인 ‘개그콘서트마저 언제부턴가 ‘위기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더니, 위기를 극복하고 후배들을 응원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900회 특집마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랜 역사의 의미가 응축된 의미있는 축제의 분위기는 냉각됐고 이 과정에서 제작진과 개그맨들 간 오랜 ‘불통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갈수록 더 암울해져만 가는,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웃음 새싹들은 그저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개콘 900회 특집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개그맨 정종철은 최근 이 같은 현실에 ‘웃찾사 폐지, 진심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을 외쳤던 개그맨들이 벼랑끝에 몰려있습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공개 코미디라는 형식이 처음 시청자분들께 선보인 것이 벌써 20년”이라며 ‘개그콘서트 ‘웃찾사 등 공개코미디를 통해 많은 끼 있는 어린 친구들과 후배들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안 해본 형식의 코너가 없을 만큼 많은 코너들을 만들었고 고민했습니다. 부디 개그맨의 꿈을 꾸는 어린 친구들의 미래를 꺾지 말아 달라”며 진심으로 호소했다.
물론 방송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시장논리와 시청률이라는 잣대를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어떤 영광이든 정체와 위기는 따르기 마련이고, 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좀 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건강한 웃음을 위해 그간 그들이 보여주었던 열정과 노력에 신뢰와 믿음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개그맨들 역시 시대의 흐름에 시청자가 원하고 느끼는 개그 감성이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하기에 그 웃음을 책임지기에 고되고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소통과 공감을 최우선으로 보다 진정성 있는 개그를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과거 선배들의 영광을 과감히 잊고 새로운 역사에 대한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할 때다.

kiki2022@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