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한 합정역 터줏대감 합정아파트
입력 2017-05-20 06:02 
안전진단 통과 `경축` 안내 현수막이 붙은 `합정아파트`. /사진=김인오 기자
[뉴스&와이] 서울 마포구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 봄 나들이 나온 2030 청춘들이 가득한 합정 카페거리와 당인리발전소길로 이어지는 곳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7번 출구 앞에는 세월을 낚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합정역에 있어서 그런지 이름도 '합정아파트'입니다. 요즘 고급 아파트로 통하는 '주상복합'의 원조 격이기도 합니다.
언제쯤 지어졌을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이 고색창연한 아파트에 3월께 새로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는 것입니다. 아파트 꼭대기에는 '경축, 안전진단 통과'라는 현수막이 나붙었습니다. 안전 인증을 받아 아파트가 튼튼하다는 기쁜 소식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건물이 낡고 오래돼 위험하므로 안전등급이 D등급(조건부 재건축 판정)이하여서 새로 다시 지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축하할 일인가' 싶겠지만 재건축 시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강북을 대표하는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마포 일대에서 '역세권 재건축'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소식입니다. 강남권을 비롯한 마포·서대문·영등포·성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연일 부동산 관련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른바 '핫한 투자 상품'입니다.
합정아파트는 합정동에서 40여 년의 세월을 지킨 터줏대감입니다. 1973년 들어섰다고 알려진 이 아파트(지상 5층, 전용면적 50~75㎥형 총 40가구)는 나 홀로(1개동) 아파트입니다. 지상 39층으로 높이 솟아오른 화려한 메세나폴리스와 마주하고 있어서인지 멀리서 두 건물을 보면 신구 공간이 공존하는 듯 오묘한 풍경이 연출됩니다.
`주상복합` 합정아파트 1층에 들어선 가게들 /사진=김인오 기자
합정아파트에는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1층에는 '챔프치킨호프'를 비롯한 상가와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층에는 예술인을 비롯해 30·40대 젊은 직장인들이 월세로 들어와 살고 있을 뿐, 집주인 중 합정아파트 자가 거주자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50㎡형을 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원에 집 상태에 따라 월세는 70만~80만원 선"이라며 "40여 가구로 규모가 작아 매물이 거의 없고 매매도 이뤄지지 않아 1년에 두 채 정도 거래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안전진단 소식을 전후해서는 2016년 3분기 이후 올해 1분기 들어 매매가 이뤄지면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합정아파트 전용면적 54㎡형은 3월 3억7000만원, 전용면적 67㎡형이 1월에 4억1000만원에 신고 거래됐습니다.
합정아파트는 아직 추진위원회도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단계이지만 주변은 이미 변해가고 있습니다. 근처에는 홍대·합정·망원·상수동 상권 외에도 한 채에 최소한 10억원이 넘어가는 호화 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를 비롯해 대형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 단지인 '마포한강푸르지오'와 YG엔터테인먼트 본사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지하 공사가 한창인 옛 당인리발전소 일대 전경. /사진=김인오 기자
매물 안내 메모가 가득 찬 합정 일대 한 공인중개소 알림판. /사진=김인오 기자
인근에선 작년 10월 1순위 경쟁률만 55.90대1을 기록하며 계약을 끝낸 '마포한강 아이파크'(망원1구역 재건축)와 합정동 서울화력발전소(옛 당인리발전소) 지하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밴드 10㎝가 부른 노래 '사랑은 은하수다방에서 만나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다네~'(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의 실제 장소 은하수다방은 홍대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합정역 일대 당인리발전소길에서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다방'으로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작은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해 만든 카페와 테마 서점, 맛집이 들어서면서 소개팅과 데이트를 하는 청춘 남녀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 발전소길도 점차 임대료가 오르고 있습니다.
작은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합정 유명 카페 `엔트러사이트`. /사진=김인오 기자
창고 등을 개조해 만든 합정 로스팅 카페 `빈브라더스` /사진=김인오 기자
바쁘게 돌아가는 마포 부동산 개발의 한가운데 선 합정아파트.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시세는 또 얼마나 오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늘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만 아날로그 스타일의 외관으로 시선을 잡던 터줏대감 합정아파트가 언젠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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