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관련 사건 중 첫 1심 판결에서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위를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권력을 이용했는지 법원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8일 김영재 원장과 아내 박채윤씨의 선고 공판에서 "두 사람이 박 전 대통령과 측근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주도적으로 편승해 이익을 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13년 10월께 최씨를 진료해주면서 가까워졌고, 최씨와의 인연으로 같은 해 12월께부터 청와대를 출입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보톡스 시술을 해 주는 등 친분을 쌓았습니다.
김 원장 부부는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체인 '와이제이콥스메디칼'과 화장품 회사 '존제이콥스'의 사업을 확장하는 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박채윤씨는 특허분쟁에 도움을 달라고 최씨에게 부탁했고,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김 원장 부부를 도와주라고 지시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정 전 비서관은 박채윤씨와 통화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의견을 들었고, 안 전 수석은 당시 산업통상자원비서관과 보건복지비서관 등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하달했습니다.
이 같은 지원을 등에 업고 와이제이메디칼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고 현지 유력인사나 대형 병원과 독점적으로 접촉했다. 김장수 주중 대사를 만나 사업을 소개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이 밖에도 와이제이메디칼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연구과제 주관 기관으로 선정돼 2억9천여만원을 받았고, 존제이콥스 화장품은 청와대 설 선물세트에 이례적으로 포함되는 특수를 누렸습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특혜를 하나씩 열거하면서 "김 원장 부부의 범행으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많은 기업가가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빼앗겼고 고위 공무원의 직무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원칙(불가매수성)이 침해당했다"고 질타했습니다.
다만 김 원장 부부의 혐의가 유죄로 나왔다고 해서 직접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의혹의 정점에 서 있으나 김 원장 부부에게 특혜를 주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습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김 원장 부부에게 특혜를 주도록 지시했더라도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고, 단지 특혜를 주라고 했다는 것만으로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대 뇌물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수수하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은 2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이달 23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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