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세탁소에서 1만2000원 카드결제 거부"…처벌 여전법은 사실상 `사문화`
입력 2017-05-18 14:53  | 수정 2017-05-25 15:08

#전성제(가명·35) 씨는 퇴근길 동네 마트에 들러 우유와 빵, 라면, 과자,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려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마트 주인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신용카드 결제가 안된다"며 거부했다. 전씨는 할 수 없이 편의점 현금 인출기에서 수수료를 내고 돈을 뽑아 쓰레기 봉투를 구입했다.
#서창호(가명·36) 씨는 동네 세탁소에서 맡긴 양복 3벌과 셔츠를 찾는데 2만5000원 현금을 줬다. 서씨가 신용카드를 내밀자 세탁소 주인은 "삼성카드는 안된다"며 "국민카드는 없느냐"는 식으로 현금결제를 유도했다. 서씨는 카드를 내민 것이 눈치가 보인다.
#박대훈(가명·37) 씨 역시 세탁소에서 카드결제를 거부당했다. 바지 4벌 세탁을 맡기고 현금으로 비용 1만2000원을 냈다. 이 세탁소는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해 있으나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숨기고 영업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신용카드 보유 비율이 90%를 넘어서는 등 카드 사용이 일상 곳곳에 깊숙이 침투했지만 동네 세탁소, 마트 등 일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카드결제를 거부하거나 차별하는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징역 또는 벌금과 같은 처벌을 하는 법 규정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용카드 결제 거부나 차별을 이유로 처벌은 받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카드 결제 거부로 여신금융협회나 금융감독원, 경찰 등에 신고를 하면 '주의'나 '경고'를 주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신협회에서는 신용카드 가맹점의 카드결제 거부에 따른 삼진 아웃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법 위반에 따른 신용카드 가맹점 해지를 이끌어낸 사례는 없다. 관련 민원이 2015년에만 5000건 이상 발생했다는 점에 비쳐 보면 '형식적' 제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70조에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 거래를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적용된 사례는 없다.
최근에는 택시기사가 승객의 신용카드 결제 요구를 거부해 경찰서까지 가는 일이 발생했으나 경찰 측이 승객에게 되레 원만한 합의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것이 현 주소"라며 "신용카드 결제 거부를 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사실상 적용이 어려운 것 역시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 거부의 상당수는 소액 건이 많다"며 '이를 처벌까지 하는 데는 국민 정서상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역시 '고객'이고 주요 수수료 수입원인 만큼 카드결제 거부와 같은 위법 행위가 있더라고 적극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카드업계 수익원 중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비중은 40~50%를 차지한다.
영세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높아 소액을 카드로 결제하면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마트 운영자는 "1000원짜리 과자 하나를 사는데 신용카드 결제를 요구한다"며 "수수료까지 떼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매출 2억~3억원 규모 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1.3%, 2억원 미만 영세가맹점은 0.5%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들이 수수료 문제 보다는 세금 탈루 목적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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