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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원작 그늘에서 덤덤하게 완성된 ‘아메리칸 패스토럴’
입력 2017-05-18 11:05  | 수정 2017-05-18 11:3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너무도 완벽한 원작이기에 그 그늘이 너무 컸던 것일까. 아니면 큰 기대가 오히려 독이 된 걸까.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배우들의 명연기를 더해 원작 소설의 애절하고 참담한 정서를 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대적 아픔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사건 전개 및 인물 간 감정선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담아내는 데에는 아쉬움을 남긴다.
혼돈의 시대 속에서 무너진 가족의 행복과 사라져버린 딸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랑과 희생을 그린 영화 ‘아메리칸 패스토럴(American Pastoral)'이 지난 1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 타임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이자 현대문학의 4대 작가 중 한 명인 필립 로스의 소설 ‘미국의 목가를 원작으로 해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 당시 혼란에 빠진 미국을 배경으로 고통 속에서도 끝내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가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 , 그리고 몰락한 가정의 안타까운 이면을 우직하고도 담담하게 그렸다.
아름다운 아내 ‘던, 사랑스러운 딸 ‘메리와 함께 여유와 행복을 모두 누리며 살던 ‘스위드의 삶은, 마을에서 일어난 폭발 테러 살인사건이 메리의 반정부 운동 개입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붉어진 이후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사건 이후, 딸 메리는 자취를 감춰버리고 이로 인해 아내는 점차 미쳐간다. 모든 것을 내던진 채, 딸을 찾기 위해 자신의 남은 인생 모두를 쏟아 붓는 스위드는 결국 자신의 삶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목격한 뒤에도, 끝내 딸을 포기하지 못한다.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스위드 역은 세계적인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맡아 이름값에 걸맞는 내공을 발휘한다. 그는 중후하면서도 강렬한, 설명이 필요 없는 깊이 있는 연기로 애절한 부성애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연출 메가폰까지 동시에 잡은 그는 배우의 경계를 넘어 ‘감독 이완 맥그리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아 온 배우 제니퍼 코넬리가 그의 아름다운 아내 ‘던 드와이어으로 분해 여전히 치명적이지만 보호심리를 자극하는 특유의 매력으로 힘을 보태고, 소녀에서 숙녀로 훌쩍 자란 다코타 패닝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반항적인 딸 ‘메리로 분해 기대 이상의 성숙한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워낙 뛰어나 전반적으로는 몰입이 잘 되고 원작의 분위기도 잘 살려냈지만 이야기 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맹렬하고도 충격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인, 애절하고 뭉클한 원작의 입체적인 매력을 온전히 살려내진 못한다. 극의 흐름에 세련된 ‘강약 조절이 미흡하다는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감독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연속과, 그러한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완벽한 가족의 행복을 무너뜨리고 가장 사적인 순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진한 부성애와 함께 표현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도대로 완성해내진 못했다. 비범한 원작을 다뤘지만 안정적인, 그러나 그 이상의 강렬함은 찾기 힘든 무던한 형태로 완성됐다.
오는 25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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