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우택·주호영 "文팬클럽 사이버테러 우려"
입력 2017-05-17 16:51 

과열된 '팬덤 정치'가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삐뚤어진 행태로 민주주의 근간인 언로(言路)가 막히고 맹목적 추종과 네거티브 공세가 이분법적 편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임명에 반대 성명을 발표한 민주노총을 소위 '문빠'로 불리는 인터넷상 홍위병들이 귀족노조와 적폐로 규정하며 욕설과 비난을 쏟아내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꼬집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팬클럽의 사이버 테러가 심각한 지경이다"면서 "친문 팬클럽의 자제와 해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정철 전 비서관은 2선 후퇴하면서 '저의 퇴장으로 친문패권 프레임을 거둬달라'라고 했지만, 문재인 팬들의 사이버상 집단행동 자제 선언이나 발전적 해체 선언이 친문패권 청산의 마지막 작업이고 문 대통령을 돕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난동에 가까운 행태들은 국민통합을 방해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막는, 이것이야말로 적폐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열풍으로 시작된 팬덤 정치는 유권자의 정치열망을 표출시켜 참여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념과 정책 대결을 펼치기보다 '나와 우리'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 패권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평가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CBS 라디오에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노사모를 만들었을 때는 이념적 지지가 있었고, 뚜렷한 목적들이 있었다"면서 "팬덤이 윤활유 역할은 해주지만 너무 정치가 이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견제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보혁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무조건적 내편'마저 강요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대표 지지세력인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가 박형철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하자 노사문제로 시끄러웠던 갑을오토텍의 사측 대리인이었던 전력을 문제삼아 철회를 주장했다. 그러자 일부 과격한 문 측 지지자들은 '우리 편이 발목잡는 것이냐'며 감정적 대응을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진보성향 주간지 '한겨레21'의 편집장이었던 안수찬 한겨레신문 기자는 최근 주간지 표지에 실린 문 대통령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문 측 지지자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설전을 벌이다가 악성 댓글과 협박에 시달려 논란이 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 선언한 임경선 작가가 문 측 지지자들로부터 자신의 저서에 식칼이 꼽힌 사진을 받는 등 위협을 받았고 가수 전인권씨는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적폐 가수'라고 비난받았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수 진영의 대표적 팬덤 세력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맹위를 떨쳤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국회의원의 탄핵 찬반 입장을 공개했다가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부터 '전화와 문자폭탄' 세례를 받았다. 표 의원은 욕설이 섞인 문자는 물론 자동프로그램을 이용해 새벽 3시에도 보낸다고 토로한바 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재판소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 착수 소식이 전해지자 박사모 등 보수단체의 항의전화를 받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팬덤 정치는 정치의 감성화로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면서 "상대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적 토양에서 팬덤 정치가 건설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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