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폭탄입니다."
30년간 광고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는 17일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매일경제 패션·뷰티·유통CEO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이 포럼에서 '창의성에 대한 어떤 생각'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 대표는 제일기획을 거쳐 광고업체 TBWA에서 CCO를 맡으며 인문학에 대한 베스트셀러들 다수 출간했다.
최근 4차산업 혁명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창의성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날 포럼도 이같은 상황에서 조직과 개인 모두 창의성을 어떻게 발견하고 키워나갈 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박웅현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창의성이라는 뇌관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폭탄"이라며 "이 뇌관을 어떻게 찾아내 창의성을 폭발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위 '스카이(서울대·고대·연세대)'로 대변되는 학벌 중심 사회가 남들과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직된 문화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창의성의 뇌관은 스카이라는 정해진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창의력은 벽돌이 아니라 씨앗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표는 "보통 조직에서는 '내일 12시까지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이것은 창의력을 벽돌로 취급하는 것"이라면서 "갑자기 벽돌처럼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키워나가고 매만지면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 창의력의 씨앗"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다수의 조직들은 이 씨앗이 싹을 틔우기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조직원들을 획일적으로 몰아치는 데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조직의 리더가 조직원들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창의력은 초기 단계에는 매우 연약하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깨진다'고 말했을 정도"라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조직원의 장점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반미주의자는 미국에 있다고 할 정도로 미국은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라면서 "그것이야말로 미국이 강대국이 된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가 사내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망치'를 7년째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광고업계는 창의성의 격전지로 불리는데 다양한 사연을 가진 대학생을 멘토링하면서 멘토들도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어 '윈윈'이다. 망치 참가자로 선발된 대학생들은 약 6개월 가량 훈련을 거쳐 500여명 가량의 대규모 청중 앞에서 7분짜리 스피치를 해야 한다. 처음에 과제를 받은 학생들은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지만 나중에는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망치라고 이름을 지은 것도 나를 깨지 않으면 남도 깨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참가자들이 소위 '스펙'이 좋은 학생들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힙합 공연을 하거나, 도피 유학을 갔거나, 유흥에 빠진 '빠순이' 같은 비주류들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서울대 졸업하고 하버드대 유학 간 사람들만 창의성의 '스파크'를 가진 게 아니다"라면서 "지방에서 태어나 재수해 지방대에 들어갔다 때려치우고 사업하는 그런 사람들의 스파크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사회에서 창의성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저같은 위치에 선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은 후배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깨닫지 못한 가치를 발견해주는 것이 리더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을 들은 CEO들은 창의성에 대해 고찰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호평했다. 김인권 LF동아TV 대표는 "기업 운영에 있어 정체된 시각과 타성에 젖지 말고 항상 새로운 시각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핸드백 브랜드 '이카트리나뉴욕'의 이연주 대표는 "창의성은 결국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강다영 기자 / 문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