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선 일주일 만에 자유한국당 당권 놓고 `집안싸움`
입력 2017-05-17 14:09 

자유한국당이 대선 일주일 만에 집안싸움으로 내홍에 빠졌다. 겉으로는 너도나도 대선 패배에 따른 반성과 쇄신을 외치고 있으나 이면에서는 차기 당권을 향한 이전투구식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1차 전선은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와 당의 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서 형성됐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있었고, 박근혜 감옥 간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라며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그는 또 "구(舊) 보수주의 잔재들이 모여 자기들 세력 연장을 위해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모의하고 있다고 한다"며 "자기들 주문대로 허수아비 당 대표를 하나 앉혀 놓고 계속 친박 계파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의 권한이 강한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을 같이 선출해 권력이 분산되는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이에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정치지도자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후보가 외국에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페이스북을 통해서 계속 대선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문종 의원도 간담회에서 "페이스북에 '바퀴벌레'라고 썼다고 하는데 이게 제정신이냐. 낮술을 드셨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홍 전 지사를 비판했다.
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 움직임에 대해서도 홍 전 지사의 주장과 달리 계파를 초월한 다수의 의견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을 위한 출발이라는 명분으로 정 권한대행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홍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대선 같은 큰 행사를 치렀으면 당을 새롭게 하기 위해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 사퇴 이야기가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박계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정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한 데 이어 이날 중진회의에서도 거취 문제를 일부 거론했다.
한선교 의원은 중진회의에서 "정 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빠른 시간 안에 말씀해야 한다"며 "원내대표를 빨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가 차기 당대표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빨리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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