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추적불가 `다크넷` 타고 무너진 마약 청정국…3개월새 2000명 검거
입력 2017-05-17 13:49 

지난달 22일 서울의 영등포구의 한 모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곳에서 필로폰을 투약 중이었던 남성 2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들은 시가 6000만원에 상당하는 필로폰 22g를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국내 대기업에 재직 중인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한 중국인으로부터 필로폰을 사들였으며, 최근까지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최근 14만7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시가 140억원 상당의 필로폰 4405.4g를 밀반입한 대만인 등 50명을 무더기로 붙잡았다. 이 대만인은 동남아 마약조직으로부터 국제특송우편으로 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을 밀반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암암리에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마약 청정국' 지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최근 불법 마약류 유통사범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17일 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마약류 유통사범을 집중 단속해 총 2064명을 검거했고, 이중 67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은 지난해 같은 기간(1956명)과 비교해 5.5% 많은 인원이다. 이들이 유통한 마약은 주로 필로폰 등 향정신성의약품이 85.8%에 달했고, 대마초가 12.8% 등이었다.

이번에 적발한 마약사범 가운데,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마약을 판매하다가 붙잡힌 사례만 381명에 달해, 전년(327명) 대비 16.5% 급증했다. 온라인이 마약 불법 유통의 근거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인터넷 불법 암시장, 이른바 '다크넷'을 이용한 마약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실제 올해 초 강원지방경찰청은 다크넷에서 '비트코인(전자화폐)'을 받고 대마초를 유통한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 등 70명을 적발했다.
온라인을 통한 마약 밀반입이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닌 상황이다.
국제조약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 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연간 마약사범 1만2000명 이하여야 하지만 지난해 국내 마약사범이 1만4214명으로 전년대비 20% 가까이 늘면서 미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경찰청은 온라인 불법 마약유통을 엄단하기 위해 오는 6월부터 인터넷 마약류 판매광고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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