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1분기 성적표를 모두 내놓은 가운데 몸집이 큰 대형 증권사들은 대체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적자전환 하거나 실적이 후퇴하는 등 다소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실적 발표 마감일인 전날까지 모두 분기보고서를 내놨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하는 등 활황을 보이면서 주요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도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자기자본규모 4조원 이상의 5개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돋보였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순이익이 1102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합병의 첫 발을 디딘 분기임에도 각고의 노력으로 수익구조가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합병 이전인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부문 비중이 컸고 대우증권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이 특히 높았다. 이 때문에 성격이 다른 두 증권사가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느냐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번 1분기 미래에셋대우는 위탁매매 26%, 자산관리 16%, IB 12%, 트레이딩 27% 등 모든 부문에 걸쳐 고른 성적을 거두면서 시장의 우려를 떨쳐냈다.
덩치 2위인 NH투자증권은 886억원의 순수익을 거뒀다. 파크원 관련 매각자문수수료 190억원이 인식돼 IB수수료가 증가했고 향후 4~5년간 관련 수수료 수입도 연간 100억~200억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및 조기상환 증가로 상품운용이익이 1906억원으로 흑자전환한 점도 실적 호조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IB관련 실적 호조는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2분기 넷마블게임즈 기업공개(IPO) 주관 등 지속적인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이익 1위는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에만 1301억원의 순수익을 거두면서 미래에셋대우(1102억원), KB증권(1088억원) 등 쟁쟁한 경쟁자를 따돌리고 1위를 거머쥐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올 1분기 기업이익 증가, 정치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자산관리부문과 대체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원 다변화 전략이 실적 증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대체투자상품인 '하나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 판매시작 1시간여만에 배정된 매각한도 약 900억원을 완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온-오프(On-Off)를 아우르는 다변화된 영업 기반을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메리츠종금증권(809억원), 삼성증권(558억원) 등도 호실적을 기록했으며 키움증권은 우리은행 배당금 및 주식 관련 자기자본 투자(PI) 수익이 반영, 600억원대의 순수익을 달성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후퇴한 곳도 있었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27억원의 순수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 대비 36.7% 감소세를 보였고 HMC투자증권(-35.3%), 교보증권(-14.8%), IBK투자증권(-11.7%) 등도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동부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1분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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