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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차학연 "빅스 엔이었어? 기분 좋은 평가죠"
입력 2017-05-16 06:51 
두 드라마에서 `빅스 엔`을 잊게 할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차학연.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브라이언은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아동 학대를 당해 구정희(윤상현 분)에게 집착하는 이은희(조여정 분)의 남동생으로 누나를 보호하면서 그의 광기를 막았다. OCN 드라마 '터널'에서 1988년생 박광호는 국과수부검의 목진우(김민상 분)의 살인 본능을 눈치채고 수사에 나섰으나 죽음을 맞았다. 각 작품에서 비밀의 열쇠를 쥔 두 인물을 연기한 건 배우 차학연(27)이었다.
"작품 보는 눈이 예전과 달려졌어요. 무작정 분량 많은 걸 좋아했는데, 이제 분량은 중요하지 않아요. 잠깐 등장해도 온전히 집중해서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듯해요. 브라이언이나 광호는 이야기에 빠지면 안 되는 인물들이죠. 공부할 시간도 더 많았어요."
차학연보다는 그룹 빅스의 엔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그는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도 빅스 앨범 준비를 병행했다. 숨이 찰 만큼 쉽지 않은 일정이었으나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완벽한 아내'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장면이 많았던 조여정과의 촬영도 떠올렸다.
"브라이언은 9회부터 등장했죠. 시놉시스에는 없던 인물이었어요. 조여정 선배님과 처음 촬영할 때는 몸이 떨리더라고요. 대배우시고, 포스가 장난이 아니셨죠. 선배님이 이후에는 촬영장에서 '브라이언!'이라며 손을 흔들고 오셨어요. 친누나처럼 브라이언의 전후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연기했습니다."
누나와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한 브라이언은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어머니 이은희를 아끼는 마음은 비슷했으나 어머니에게는 애증이 컸고, 이은희를 위해 주변 인물과 상황을 정리했다. 이은희를 다정하게만 대한 건 아니었다. 후반부에서는 이은희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작품 중간에 들어가 브라이언 캐릭터를 구축해야 했죠. 정말 어려웠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이은희에 대한 사랑이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셨죠. 선배님들이 1시간 연습할 때 더 연습하려고 했어요. 선배님들이 하는 만큼만 하면 작품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완벽한 아내'와 달리 '터널' 시놉시스에는 박광호가 있었다. 1988년생 박광호는 시청자들에게 '88 광호'라고 불리면서 30년 전 살인범을 쫓다가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에 이른 1958년생 박광호(최진혁)와 인연이 이어졌다.

"일정 조율이 안 됐다가 합류하게 됐어요. 감독님이 사연 있는 듯한 눈빛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액션신을 촬영하면서 제 다른 모습을 보기도 했고, 용기도 얻었죠. 감독님이 '계속 연기했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하셨어요. 배우 차학연으로 신뢰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두운 숲에서 추격당하는 장면은 긴박한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차학연은 "감독님이 정말 잡히면 죽는다고,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눈물이 고인 채 어둠을 헤매던 그는 장면에 몰입했다. 촬영이 끝난 뒤 씻을 때가 돼서야 나무 가시에 긁힌 상처와 입안에 흙이 들어있는 것을 알 정도였다.
"촬영을 하면서는 아프지 않았는데, 상처를 보니까 아프더라고요(웃음). 감독님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했어요. 광호가 극도의 두려움을 갖도록 했고요. 추격신은 3일 동안 찍었는데 절벽 밑에서 대기할 때 갑자기 30분 동안 조명이 꺼지기도 했죠. 홀로 서 있었는데 무서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차학연은 두 드라마를 만나 고민했고, 잠시나마 '빅스 엔'이라는 이름을 잊게 했다. 베테랑 배우 조여정, 고소영이 주연인 '완벽한 아내'와 최근 장르물에서 성적을 내는 OCN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배우로서 힘을 받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많은 시청자가 제가 빅스 엔인 것을 몰랐다가 포털에서 검색해서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빅스 엔이나 차학연이 조금도 안 보였으면 했죠. 제 연기력이 아닌 작품에 대해 얘기해주셔서 다행이었고, 기분 좋았어요. 저를 보고 브라이언이나 광호를 떠올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차학연은 이제 작품 속 분량보다 역할이 중요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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