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18 광주민주화운동 속 '숨은 영웅'의 마지막 뜻, 37년만에 이뤄내
입력 2017-05-13 20:42 
사진= 연합뉴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숨은 영웅'인 고(故) 안병하 경무관이 당시 "순직한 부하들을 챙겨달라"며 남긴 뜻을 유족과 시민들이 37년 만에 실행에 옮겼습니다.

안 경무관의 유족들과 SNS시민동맹은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경찰묘역에서 5·18 당시 시위대와 대치하다 순직한 고 정충길 경사·강정웅 경장·이세홍 경장·박기웅 경장 추모식을 개최했습니다.

안 경무관은 전남도경찰국장(현 전남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1980년 5·18 당시 시위대에 발포하라는 전두환 신군부 명령을 거부하고 경찰의 무기 회수 후 시위대에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이후 그는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겪으며 1988년 10월 숨을 거뒀고, 이후 경찰의 표상 중 하나로 격상되어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정충길 경사 등은 4인의 경찰은 당시 시위대를 강경진압하지 말라는 안 경무관의 지시에 따라 시위대 버스행렬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순직했습니다.

안 경무관은 이를 평생 애통해하며 가족에게 "내가 없어도 순직 부하들을 꼭 챙기라"고 당부했다고 전해집니다.

비바람이 부는 세찬 날씨 속에 열린 추모식에는 안 경무관 유족과 대한민국경찰유가족회 관계자, 대학생 등 30명가량이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안 경무관의 부인 전임순(84)씨는 추모사에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순직 경찰관을 추모하는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당신들은 희생으로써 많은 광주 시민을 구했고, 경찰의 명예를 지켰다"고 말했습니다.

전씨는 "당시 남편이 신군부의 과잉진압 지시를 따르지 않은 대가로 우리 가족도 온갖 고초를 겪었다"며 "순직 경찰관들을 챙기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고, 오늘에야 추모식을 마련했으니 남편이 이제 편히 쉬었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안 경무관의 아들 안호재(58)씨는 "아버지는 자신의 고집 때문에 부하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경찰 최고위직 승진 욕심이 강하셨는데도 당시 신군부의 과잉진압 지시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안 경무관의 유족들은 순직 경찰관들의 유족들이 갑작스러운 추모식 개최에 부담스러워할 수 있어 이번 행사를 알리지 않았으나 내년 추모식에는 초대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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