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법정] 이태곤도 헷갈려, ‘정당방위’ 인정 기준은?

TV를 보다 보면 황당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에서는 가능한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TV법정에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주>

[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건일지

이태곤은 최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지난 1월 술자리에서 벌어진 폭행사건 전말에 대해 공개했다.

그는 상대방이 취해 보였다. 얼큰하게 취한 3명을 보고 그냥 ‘피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시비를 걸었다. 꾹 참고 피하려 했는데 취객에게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 1명에게 붙잡힌 상태에서 2명에게 일방적으로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이태곤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마인드 컨트롤을 유지하려 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가게 주인도 이태곤에게 쌍방 폭행은 안 된다고 일렀다.

이를 듣던 MC 김구라는 정방방위로 인정받는 게 까다롭다”라고 말했다. 이태곤은 맞은 사람이 한참 후이라도 반격을 시도하면 쌍방폭행이다”라고 답했다.

이때 인정받기 까다롭다는 정당방위 기준은 무엇일까.

◇ ‘솔로몬 김도경 변호사의 선택은?

대법원은 싸움의 경우 일방의 행위만을 위법한 침해행위라고 볼 수 없고 방위의사가 아닌 공격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상호간에 침해를 유발한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1)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한 과격한 침해행위에 대한 반격이나, 2) 전혀 싸울 의사 없이 소극적 방어행위에 그친 경우, 3) 싸움이 중지된 상태에서 일방이 갑자기 다시 공격하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좁은 범위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1)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한 과격한 침해행위에 대한 반격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싸움을 함에 있어서 격투를 하는 자 중의 한사람의 공격이 그 격투에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여 살인의 흉기 등을 사용하여온 경우에는 이를 '부당한 침해'라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정당방위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대법원 1968. 5. 7. 선고 68도370판결 참조). 즉, 대법원은 상대방이 구타 등 상호간의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소총을 겨눠 위협하는 행위를 하자 이에 대해 방위행위를 한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2) 전혀 싸울 의사없이 소극적 방어행위에 그친 경우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외관상 서로 격투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10. 12. 99도3377 판결 등 참조). 즉, 대법원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 벗어나거나 방어할 목적에서 팔을 잡아 비틀거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의 소극적인 저항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3) 싸움이 중지된 후에 새로운 공격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싸움이 중지된 후 다시 피해자들이 새로이 도발한 별개의 가해행위를 방어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57. 3. 8. 4290형상18 판결 참조). 즉, 싸움의 중지의사를 상대방에게 확실히 인식시키고 공격을 멈추었으나 상대방이 일방적 공격행위로 나온 경우에 방어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