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단행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에는 △개혁 △균형 △소통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각종 사회 현안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 개혁성향 소장파 법학자다.
사법고시를 거치지 않은 학자를 민정수석에 앉힌 이번 인사를 두고 파격이라는 평가가 만다. 비 사법고시 출신이 민정수석에 앉기는 참여정부 시절 이호철 민정수석 이후 10여년 만이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파격을 택한 것은 그만큼 검찰개혁 의지가 강력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이 법조에 몸을 담지 않아 검찰의 기수 문화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여기에 조 수석이 그동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과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 등 시민의 눈으로 사법 감시 역할을 해왔던 만큼 전문성도 담보돼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실제 문재인정부 첫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개혁방안 등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진두지휘해야 해 검찰출신이 후보군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친정에 칼날을 들이대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조 수석은 비(非) 검찰 출신의 법치주의·원칙주의·개혁주의자로서 대통령의 강한 검찰 개혁과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뒷받침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조현옥 신임 인사수석은 사실상 최초의 청와대 인사수석으로,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균형인사 의지가 구현된 사례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서울시와 청와대에서 행정을 경험한 경험과 시민운동가로 폭넓게 활동해온 조 수석이 균형있는 정부 인사를 주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선거기간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고 임기 내에 동수 내각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조 수석 임명은 이 같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첫 단추를 꿴 것으로도 풀이된다.
임종석 실장은 "여성 특유의 청렴함과 공정성 섬세함으로, 대통령이 강조하는 시스템 인사, 균형인사를 청와대 내각 공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갈 인사정책 책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인 출신인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을 홍보수석에 임명한 것은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선기기간 중 선거대책위원회 SNS본부장을 맡았던 윤 수석은 언론과의 원활한 소통은 물론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을 이루어내는데 적임자로 평가된다. 윤 수석은 1990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 평화민주당 출입기자로 10년 가까이 활동하며 언론계 인맥이 풍부하다. 정치부 기자 시절 노태우 비자금 폭로사건을 특종 취재해 1995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하며 민완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또 네이버 근무 경험을 십분 살려 이번 선거기간 중 '문재인 1번가' '국민주 문재인 펀드' '파란을 일으키자' 선거 포스터 등 쌍방향 소통형 홍보이벤트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윤 수석의 홍보철학이다. 애초 청와대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고려해 뉴미디어 수석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홍보수석이 뉴미디어 관련 업무까지 관장하는 쪽으로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비서실장은 "폭넓은 언론계 인맥을 바탕으로 많은 언론인과 대화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 현안에 대한 언론의 이해를 얻어내는 역할을 능히 감당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임 춘추관장에는 권혁기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이 임명됐다. 권 춘추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내언론비서실 행정관을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 민주당 전략기획국장, 국회 부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 He is…
조국 민정수석
△1965년 부산 △서울대 법학과, 미국 UC버클리대 법학 박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조현옥 인사수석
△1956년 서울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정치학 박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선대위 성평등본부 부본부장
윤영찬 홍보수석
△1964년 전북 전주 △서울대 지리학과 △동아일보 기자 △네이버 부사장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SNS본부장
권혁기 춘추관장
△1968년생 서울 △국민대 국사학과, 고려대 감사행정학 석사 △청와대 국내언론비서실 행정관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 △국회 부대변인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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