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이 이례적으로 유연한 경호 가운데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10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여야 지도부와 당직자, 정부관계자를 비롯해 시민들도 모여들어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날 취임식에선 또 지정석이 없어 여야 의원들이 자연스레 섞여 앉기도 했다.
이처럼 격식과 권위를 내려놓은 문 대통령의 모습은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선 발견하기 힘든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아울러 이는 국민과 소통하고, 국회와 대화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 대통령의 의지가 여실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선서 이후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대통령, 낮은 자세로 일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약속했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이 국회 본관을 나와 잔디밭에 이르자 이번에는 그를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의 사진 세례가 쏟아졌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문 대통령의 사진을 찍으며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문 대통령 역시 허리를 숙여 인사하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차에 타기 직전에는 행사의 한 참석자가 휴대전화를 내밀어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는 모습도 연출됐다.
취재진의 접근도 과거 그 어느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 때보다 자유로웠다. '비표'를 받지 않은 기자들도 문 대통령 근처에 다가가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또 대통령 행사장에는 보통 통신장비 사용이 제한되는데 이날은 통제 범위가 평소보다 좁았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떠날 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등 여야와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과 장관들이 차를 타는 곳까지 몰려들어 새 대통령을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꽃다발을 받은 후 차를 타고서 국회 경내를 한 바퀴 돌면서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를 빠져나간 뒤 청와대로 향했다. 그는 청와대에 도착하기 전 세 차례 차의 선루프를 열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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