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시장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과거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가의 명품시계에 눈길을 주는 여성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고가의 기계식 시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명품시계 업체들도 발빠르게 여성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명품시계 매출에서 여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에 달했다. 지난 2012년(17.4%)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최근 몇년간 여성 고객들의 명품시계 소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 고객들의 명품시계 구입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명품시계 시장이 매년 30% 안팎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 고객 관련 매출은 최근 3년간 매년 40% 수준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남성 시계 매출 증가율이 과거에 비해 다소 둔화된 가운데 여성 시계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용 시계는 화려한 보석들이 부착되는 경우가 많아 남성 시계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명품시계 회사들이 남성 시계 못지 않게 여성 시계 모델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오데마피게의 '레이디 밀레너리(Lady Millenary)'와 '레이디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Lady Royal Oak Offshore Chronograph)'는 화려한 보석이 가미된 여성시계의 대표적인 예다.
레이디 밀레너리는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개성 있는 타원형 케이스가 특징이다. 무브먼트는 3년의 제작 기간을 걸쳐 슬림하고 우아한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화려한 다이아몬드 장식과 섬세한 마감 장식이 주얼리와 같은 느낌도 연출한다.
레이디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시계 애호가들을 위해 출시된 로열 오크 오프쇼어 컬렉션에서 여성들을 위해 재해석해 내놓은 모델이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18K 핑크골드 케이스에 화려한 다이아몬드 세팅이 특징이다. 직경 37mm의 오버사이즈 제품이지만 핑크골드와 화이트 컬러 톤이 조화를 이루면서 스포츠 워치임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드러낸다.
IWC도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IWC 여성시계 판매량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30% 가량 늘었다. 특히 인기가 높은 모델은 '다빈치 오토매틱 36'과 '다빈치 오토매틱 문페이즈 36'이다. IWC샤프하우젠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프란치스카 그젤은 "새로운 다빈치 컬렉션을 통해 시계 애호가의 중요한 일원인 여성층을 겨냥하고자 한다"면서 여성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모델들은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얇고 아담한 사이즈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베젤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또한 산토니사가 IWC만을 위해 특수개발한 라즈베리, 브론즈, 다크브라운, 다크블루 등 다양한 컬러의 악어가죽 스트랩이 시계 디자인을 돋보이게 해준다.
명품시계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시계시장이 성숙하면서 여성 소비자들의 시계 전문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면서 "디자인 같은 외형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무브먼트 같은 기계적인 아름다움까지 추구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일선 기자 /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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