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만 하면 대박` IPO 열기 뜨거운 베트남
입력 2017-05-03 15:39 

지난달 22일 베트남 호치민거래소. 전날 상장한 베트남 1위 정유회사 '페트롤리멕스(PLX)' 주가는 하루새 13.2% 뛰었고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했다. 작년 말 상장한 맥주회사 '사베코'와 올해 초 상장한 '비엣젯 항공' 모두 상장 다음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호치민거래소에서는 기업이 상장만 했다하면 해당 기업 주가가 상한가로 급등하는 '대박'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신규 상장 종목들이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 호치민 주가지수(VN지수)는 지난 2일 717.73으로 마감했다. 올해 초보다 8%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최근 9년래 베트남 주가지수의 전고점을 연일 경신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베트남 주식시장의 성장은 정책적 힘이 컸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137개 국영기업을 IPO 시장에 내놓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 정책에 힘이 실리는 하반기부터 국영기업들의 IPO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2007년부터 벌써 10년 간 베트남 현지에서 시장 리서치를 해 온 피데스자산운용의 김광혁 호치민 사무소장은 "작년까지만해도 베트남 공모주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베트남 정부가 강력하게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고, 정권 초기인 만큼 밀어붙이는 힘도 강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IPO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달에 두 건씩 IPO가 이뤄질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얘기다.
베트남 현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 사무소장은 "공기업 민영화 리스트 137개 중에 실제 투자할만한 규모의 유망한 회사는 20개 안 팎으로 꼽힌다"며 "독과점적 사업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규모가 큰 회사들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리 시장 점유율 60%의 1위 업체 'VGC', 2위 주유소 업체 'PV오일', 2위 이동통신사인 '모비폰' 등이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투자할 만한 시총 상위 종목들이 거의 고정돼 있어 투자 대안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상장 기업들이 늘어나면 기존 종목들을 대체할 수 있는 종목들도 늘어난다. 특히 기존 시총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한도가 꽉 차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신규 상장하는 기업들이 대체로 상장과 동시에 시총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투자 대상이 확대돼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배승권 한국투신운용 호치민 사무소 본부장은 "한국 베트남 펀드들이 담고 있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겹친다. 예를 들어 금융주를 담아야 한다면 VCB를 담을 수밖에 없는데 곧 VP뱅크가 상장하면 VCB 비중을 줄이고 VP뱅크를 담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라며 "새로운 대형종목들이 계속 나올 예정이어서 투자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현재 외환보유액은 40억달러 이상으로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높은 외환보유액은 현재의 무역적자 상태가 추가적인 환시장의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실제로 동(VND)화는 작년부터 달러대비 꾸준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IPO 시장에 대한 투자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운용사들도 연이어 베트남 IPO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유리자산운용은 지난 2월 베트남 특화 운용사인 피데스자산운용 자문으로 '유리베트남공모주' 펀드를 내놨다.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베트남 IPO 펀드의 인기가 높다.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국채와 공모주에 투자하는 '피데스신머이B&I사모' 펀드를 출시해 400억원의 돈을 모았고 KB자산운용은 베트남 현지 운용사인 드래곤캐피털의 IPO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KB베트남IPO사모1~3호' 펀드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진자산운용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약 700억원 규모의 베트남 IPO 사모펀드를 완판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커가는 배경에는 베트남 경제의 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치민의 중심지인 1군 지역은 태국 방콕 못지 않은 모습으로 변했다. 수 십 층의 대형 빌딩들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1군 바로 옆 2군에는 늘어나는 인구 유입을 감당하기 위해 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자동차를 굴리기 위해서는 차 값만큼의 등록비를 더 내야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1군을 빠져나오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차가 늘었다. 한 동안 주춤했던 부동산 가격도 최근 2년 사이 급등해 임대료가 계속 인상되는 추세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편인 평균 연령 28세의 인구를 가진 나라답게 어디를 가나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이 도시의 활력을 이끌고 있다.
[호치민 =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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