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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아내` 종영①] 수작은 미완으로 끝났다
입력 2017-05-03 06:4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 2TV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가 작품성을 잡다가 놓친 채 흥행에서도 실패하면서 막을 내렸다. 배우 고소영의 10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경쟁작에 밀려 별다른 힘을 써보지 못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완벽한 아내'는 가정을 지키는 심재복(고소영 분)과 그의 남편을 대학 시절부터 짝사랑하고 집착한 이은희(조여정)의 맞대결을 다뤘다. 중년의 사랑과 결혼을 다루면서 정신병을 앓는 이은희에 얽힌 비밀을 푸는 과정을 세심하게 담았다.
어긋난 집착을 보였던 이은희는 '완벽한 아내'의 분위기를 만드는 주요한 장치였다. 재벌의 첩인 어머니 최덕분(남기애)에게 받은 아동학대는 이은희가 구정희(윤상현)을 향한 집착의 원인이 됐고, 이은희는 파국을 맞았다.
'완벽한 아내' 첫회는 정나미(임세미) 죽음을 목격한 심재복의 장면 등 독특한 소재를 내세웠다. 정나미는 이은희의 지시로 구정희에게 접근했고, 구정희는 심재복을 떠나 흔들리기 시작했다. 친절한 이웃으로 심재복 구정희 부부에게 접근한 이은희는 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정하는 인물이었다.

불륜을 다뤘다는 비판 속에서도 '완벽한 아내'는 가정을 지키려는 심재복을 담았다. 사랑조차 돈으로 얻으려는 이은희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심재복은 자칫 '뻔한 불륜 드라마'로 셀 수 있었던 분위기를 잡았다. 구정희를 두고 각을 세우는 두 사람은 작품 전체의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중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이은희의 광기 어린 태도만이 주목받았다. 작품을 끌어가는 힘이라는 점에서 제작진이 의도한 것일 수 있겠으나 항상 당하고 고통받는 심재복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헤어지고 재결합 의사를 반복하는 구정희는 회차마다 줄거리를 되풀이하는 듯했다. 이은희의 실체를 알거나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발전하기는 했지만, 사건들 없이 '인물의 관계'에만 집중했다.
사이코패스를 연상하게 하는 조여정, 수더분한 아내를 연기한 고소영, 우유부단한 구정희를 소화한 윤상현,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하는 성준 등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이은희에게 점차 무게가 쏠려 다른 인문들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는 넘지 못했다.
후반부에서는 은희가 심재복을 정신병원에 손쉽게 가둔 전개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련된 소재에 힘을 받쳐주지 못한 이야기 짜임새가 아쉬웠다. 이은희의 극단적인 성향을 염두에 둬도 지나친 설정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드라마 흥행작들은 에피소드마다 사건들이 펼쳐지고, 선악을 구분 지을 수 없는 작품이 많다. 번뜩이는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 '완벽한 아내'는 분명 의미있는 작품이었지만,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것이 시청률 성적에 따른 화제성을 잡지 못한 이유로도 보인다.
'완벽한 아내'는 같은 시간대 방송된 SBS '피고인'과 MBC '역적'에 밀려 4~6%대 시청률을 맴돌았다. 반환점을 앞뒀던 9회에서 최고 시청률인 6.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지만, 이미 기운 판세를 역전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피고인' 후속인 '귓속말'에도 자리를 내줬다.
수작을 꿈꿨던 '완벽한 아내'는 미완으로 끝났다.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는 박수를 받았지만, 20부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다. 반쪽짜리 성공을 거둔 '완벽한 아내'는 여러모로 시청자들과 개운치 않은 작별을 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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