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빨리 조치가 이뤄졌다면 살릴 수 있었을텐데"
2일 오후 경남 거제시 상동동 거제 백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서는 중년 남성과 한 할머니가 오열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전날 발생한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 조선소 타워크레인 전도되면서 사망한 박성우(44)씨와 부상을 당한 철희(47)씨의 맏형인 철우(49)씨와 어머니 김모(72)였다.
철우씨는 이날 매일경제와 인터뷰 하면서 "사고 당시 동생 두명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막내는 도면을 보고 있었고, 둘째는 수미터 떨어진 곳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작스레 타워크레인이 무너졌다"며 "둘째는 당시 이상한 낌새에 피했으나 막내는 (크레인에) 깔리고 말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사고 직후 둘째가 막내에게 다가가 압박 붕대 등으로 응급처치를 하면서 119에 신고하고 조치를 했다"며 "119 구조대가 도착하고서도 참혹한 현장에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했다"고 전했다.
이후 두 형제는 거제 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둘째 철희씨는 배 부분에 작은 부상을 입었으나 막내 성우씨는 허리 부분이 구조물에 깔려 위급한 상황이었다. 성우씨는 결국 치료 도중 숨지고 말았다.
철우씨는 "병원에 혈액이 5봉지 밖에 없다고 하더라. (막내를) 부산 큰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와 숨이 넘어간다고 말하고는 얼마후 숨졌다"며"사고 당시가 오후 2시 50분이고 사망한 시각이 3시간 뒤인 오후 6시다. 현장에서도 병원에서도 제대로 대처를 못한 탓"이라고 억울해 했다. 병원측은 "병원이 제대로 대처를 한 게 아니라 이미 도착당시 (막내) 워낙 위중한 상태였고 응급처지를 하다 숨을 거둔 것이다"고 해명했다.
철우씨는 "동생들이 다 서울과 경기도에 산다. 조선소에서 일을 시작한 건 1년 남짓이다. 둘째는 학원강사와 택배, 막내는 횟집 등 자영업을 했는데 일이 풀리지 않아 지인소개로 조선근로자로 일을 하게 됐다"며 "두 동생들이 울산과 거제 등 일감이 있는 조선소를 오가며 함께 생활하면서 다른 형제들보다 더욱 우애가 깊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둘째는 어제 병원에 와서 막내가 죽은 걸 알고도 '막내동생 어디있느냐"는 말만 되풀이 했다"며 "막내는 초등생과 어린이집 다니는 2남 1녀가 있다. 조카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불과 2주전에 두 동생이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고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며 "연휴인데도 여행 비용을 채워야한다고 말을 남기고 갔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거제 백병원 장례식장에는 사망한 근로자 6명중 4명의 시신이 안치돼 있으나 이날 오후 늦게까지 유족과 회사측과의 장례 협의 문제 등으로 빈소가 차려지지 않았다.
[거제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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