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오(53)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주말 방한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오 국장은 지난달 29일 비공개리에 방한해 이병호 국정원장,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과 잇달아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최우선 안보현안으로 다루는 상황에서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미 대외정보당국 수장 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폼페오 국장은 한국에 머물며 소수 정부 고위 당국자와 북한 핵실험 가능성 및 핵·미사일 역량에 대한 평가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저녁에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등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와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요 외교안보 인사 전원이 한국을 찾은 셈이 됐다. 지난 2월과 3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각각 방한했고 지난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한국에 왔다.
권한대행 체제로 아직 대통령이 없는 한국을 미 외교안보 수장들이 연속으로 찾는 것은 북핵 위협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집중'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 정보 수장의 방한을 이례적이라 볼 수 없다"며 "그쪽에서 필요하면 한국을 찾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최우선현안으로 삼은 시점에서 폼페오 국장도 한국 현지 관점과 북핵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 정보당국 수장의 한국 방문은 틈틈이 있어왔다. CIA를 포함한 미 정보 기관을 통솔하는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수장은 2014년과 2016년 한국을 찾았다. 2012년에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CIA 국장이, 2010년에는 리언 파네타 CIA국장도 한국을 찾아 정부 고위 당국자와 북한 정세를 논의했다.
폼페오 국장은 조기 대선이 치뤄지는 상황에서 각 당 대선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와 극비리에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폼페오 국장이 한국 정치인과 직접 접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들었지만 실제로 그럴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 후 일찌감치 CIA 수장으로 낙점된 폼페오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수석 졸업 후 기갑연대 대위로 예편한 뒤 변호사 생활을 거쳐 연방 하원의원(캔자스주) 3선을 했다. 미 상하원 내에서 평가가 좋아 청문회 역시 무난하게 통과됐다.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폼페오 국장은 지난달 13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안보 간담회에서 북한 핵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어 미국의 대응 선택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대북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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