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하만인수·자율차 면허취득…미래먹거리 `전장사업` 총력
입력 2017-05-01 17:21  | 수정 2017-05-08 17:38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마지막 퍼즐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물론 각종 센서를 개발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마지막 남은 과제가 바로 스스로 배우고 발전해나가는 자동차용 '뇌' 개발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낸 곳이 삼성정자 종합기술원인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종합기술원이 자율주행차의 뇌를 본격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인공지능(AI)를 개발하기 위해선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는 게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국토부에서 임시운행 신청을 하면서 "악천후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인공지능·딥러닝이 결합된 차세대 센서와 컴퓨터 모듈 등 지능형 부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같은 자동차 전장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자동차 전장이란 텔레메틱스(차량무선인터넷서비스),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세대이동통신장치 등 차에 들어가는 각종 전자·전기장치와 통신장비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올해들어 깜짝 실적을 거두며 역대 최고수준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기존 반도체와 휴대폰만으론 3~5년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사상 초유의 총수구속 상황이긴 하지만, 이미 발판을 마련해놓은 전장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전장산업은 오는 2020년이면 규모만 3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시장이기 때문에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9조원을 웃도는 자금을 쏟아부으며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하면서 방향을 확실하게 정해놨다. 완성차 사업 재진출이 아닌 자동차 부품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삼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장 부품을 완성차에 납품하면서 자신도 완성차를 만들겠다고 나섰다가 납품처를 모두 잃을 것이 뻔하다"며 "부품업체가 완성차 사업에 다시 진출할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오히려 삼성은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IT·통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전장부품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하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텔레매틱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보유한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기술과 완벽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구조다. 이런 하만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4월에는 전장사업팀 내부에 '시너지 그룹'을 새로 조직했다. 하만과의 빠른 융화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전기차·자율주행차용 부품 시장에 하루라도 빨리 진입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의 차 부품시장을 향한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전기자동차 회사인 BYD에 약 5000억원을 투자했고, 이탈리아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사업부문의 노하우를 전장사업으로 이식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시스템온칩(SoC) 설계·생산 기술이 대표적이다. 시스템온칩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래 자동차 두뇌의 핵심요소다. 미국 테슬라와 지난해 SoC 설계·공급 계약을 맺었고, 올해 초에는 독일 아우디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CMOS 이미지센서(CIS)'를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지난해부터 부쩍 전장부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사실상 바퀴를 제외하면 전기차·자율주행차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시장이 무르익으면 그간의 연구성과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며 단숨에 전장부품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은 기자 / 전정홍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