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선주자 동선 전략 분석 `文은 고르게, 安은 미래 중시, 洪은 TK 집중`
입력 2017-04-30 17:08 

지난 17일 시작한 공식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각 후보들의 유세 일정에도 특징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대세론'을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전국을 고르게 다니면서 지난 18대 대선에서 취약했던 지역을 보완하고 있는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공략이 쉬운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문 후보는 타 후보들에 비해 전국을 고르게 누비고 있다. 서울은 7회, 경기·인천은 5회, 대구·경북 1회, 호남(광주포함) 2회 등 전 지역을 방문했다. 다만 문 후보는 충청을 호남보다 많이 방문하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충청을 내주면서 패배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행보다. 18대 대선에서 문 후보는 대전, 충남, 충북 모두 박 후보에게 밀린 바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문 후보는 또 다시 대전·충남을 찾았다. 공식 선거운동 이후 문 후보가 충청을 찾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대전을 찾은 그는 20일 충북, 24일 충남을 방문하고 이날 또 충남 공주와 대전을 연이어 들리면서 중원민심 공략에 공을 들였다.
문 후보 관계자는 "충청은 유권자의 대다수가 중도층으로 분류되는 만큼 중도·보수로의 외연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전략지역"이라면서 "중도층 표심 확보로 안 후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서울로 상경해 신촌 젊음의 거리에서 집중유세를 펼쳤다.

안 후보도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전국 주요 도시를 한 번 이상 방문했지만 경기·인천 지역은 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방문했다. 이날 경기도 광명·성남·구리·의정부 등을 방문했지만 안 후보의 경기 지역 유세는 지난달 30일까지 2회에 그쳤다. 같은 기간 5회 방문한 문 후보에 비해선 부족한 횟수다. 이런 행보는 젊은층 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문 후보에 이기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안 후보측은 1일부터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1만 명으로 구성된 '온국민 멘토단 임명식'을 통해 이들과 직접 소통하는 빈도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멘토단은 국민자문기구 성격으로 출범하지만, 집권 후 대통령 직속기구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동선에서 눈여여 볼 대목은 4차산업혁명 지도자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29일 충북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미래산업과 관련된 행보가 많았다. 또한 후보들 중 유일하게 세종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홍 후보는 노골적으로 '표가 나올 곳'만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 후보는 대구·경북을 4회 방문하고 부산·경남을 2회 방문할 동안 단 한번도 호남을 방문하지 않았다. 홍 후보는 29일 경남 김해 김해공항에서 경남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는 표가 많이 나오는 데를 가야지 표가 안나오는 데를 얼쩡거려 본들 안된다. 나는 표 안나오는데 안간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금 대구 국회의원들이 오지 말라고 한다. 다른데 가서 열심히 뛰고 안와도 된다고 얘기한다"며 "그러나 TK도 두 번은 더 가야된다. 표가 많이 나올 때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울산·경남, 우리가 좌파정권에 정권을 안넘긴다. 우리가 뭉치면 절대 안넘어간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당세가 미약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전략적으로 득표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유세를 돌고 있다. 유 후보의 동선은 주로 서울·경기·인천에 집중돼 있고, 다른 후보들과 달리 도민체육대회 개막식 등의 행사에 많이 참여했다. 비용문제로 인해 한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일정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심 후보는 홍 후보와 반대로 대구·경북을 한 차례도 다녀오지 않았는데 역시 득표가능성을 염두해둔 행보로 보인다. 심 후보는 모든 후보들 중 노동행보에 가장 적극적인을 보였다.
한편 최장 11일간 이어지는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유권자들이 근무지와 집을 비운 상황이어서 후보들은 대선 이슈가 평소보다 관심에서 멀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는 효과적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도록 유세방식과 동선을 조정하면서 막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문 후보는 가족과 연인 단위의 인파가 많이 모이는 야구장·축구장과 같은 운동경기장과 꽃 박람회 등을 찾아 지지를 호소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도심의 '광장유세'는 어려울 수 있지만, 대신 유원지 등 여가공간을 잘 공략하면 보다 많은 유권자를 만나며 '한 표'를 호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후보는 근로자의 날(5월 1일), 부처님 오신날(5월 3일), 어린이날(5월 5일)의 성격에 맞는 유세 장소를 물색 중이다. 인파가 몰려 시민들이 교통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규모 유세는 가급적 하루에 한두 번만 할 계획이다.
홍 후보는 황금연휴 기간에 되도록 '오프라인 스킨십'보다 미디어를 통한 '공중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염동열 전략기획본부장은 "연휴가 시작되면 집에서 휴식하거나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은 만큼 '그림' 위주의 일정을 잡아 표심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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