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구 절벽 `축소도시` 전국 20곳…성장 집착버리고 `다이어트`해야
입력 2017-04-27 17:39  | 수정 2017-04-27 23:29
인구는 줄어드는데 빈집과 기반시설 등 부동산은 남아도는 '도시 축소' 현상이 우리나라 중소도시 20곳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곳은 성장 위주 도시정책에서 탈피해 기반시설을 집중시키고 재배치하는 등 과감한 '다이어트'로 도시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토연구원의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중소 도시 42곳 중에서 절반이 넘는 20곳이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는 '축소도시'로 규정됐다. 국토연구원 도시정책연구센터가 1995~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데이터 등을 토대로 인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경상북도에서만 영주·안동·문경·상주·김천·영천·경주 등 7곳이 선정됐다. 강원도에서는 태백·동해·삼척 등 3곳, 충청남도에서는 공주·보령·논산 등 3곳, 전라북도에서는 익산·김제·정읍·남원 등 4곳, 전라남도에서는 나주·여수 등 2곳, 경상남도에는 밀양 1곳이 해당됐다.
국토연구원은 '축소도시'를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구감소로 물리적 스톡(기반시설)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는 곳으로 규정했다. 10년 기준으로 최근 20년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두 기간 중 한 기간만 감소하더라도 최근 40년간 정점인구 대비 25% 이상 줄어든 도시로 집계했다. 가장 심각한 단계인 '고착형'에는 태백·공주·정읍·남원·김제·영주·영천·상주·밀양 등 9곳이 꼽혔다.

20개 축소도시는 모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14%인 고령화사회 이상 단계였다. 정읍과 남원 등 6곳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20% 이상)였다. 또 최근 10년간 모든 축소도시에서 주택 수보다 빈집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해 빈집 비율(공가율)이 전국 평균(6.5%)을 상회했고 평균의 두 배(13%)를 초과한 곳도 4곳(태백·삼척·나주·영천)에 달했다.
이들 도시의 재정자립도는 30%를 넘지 못했고, 일정 규모 이상(시설 설치 사업비 기준 100억원 이상) 공공시설을 유지하는 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정읍·남원·김제·안동·상주 등 5곳은 재정자립도가 15%에도 못 미쳤고, 익산과 김제는 각각 자립도가 최근 10년간 연평균 4.5%, 3.4%씩 줄었다. 유휴·방치 건축물 밀집지역 거주민들은 지역 공동체 붕괴와 범죄 증가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해·태백·공주·영천·여수 등을 제외한 15곳에서 녹지지역과 자연환경관리지역 등 비시가화지역 개발행위 허가 건수와 면적이 증가했다.
구형수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계획을 수립할 때 달성 불가능한 인구 성장치를 내놓으며 도시 축소 현상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립·다세대·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가율이 높은 곳이 많아 축소도시에서 신규 택지 개발 방식을 통한 아파트 공급은 더 이상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간 빈집 정비사업이 단독주택 공실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으나 앞으로는 공급된 공동주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일본과 독일, 미국 등에서는 도시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주 환경을 재조정하는 '도시 다이어트'가 진행 중이다. 일본 도야마시와 구마모토시는 도시기능을 집약화하는 거점을 설정하고 해당 지역으로 공공시설과 주거 입지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시와 라이네펠데시는 빈집을 철거하고 남은 터에 녹지를 조성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토연구원은 도시기능이 존속하려면 축소된 인구에 맞게 주택과 기반시설 규모를 줄이고 도시생활거점으로 공공서비스를 재배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동시설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자 인접 도시 간 공공서비스의 공동 이용을 지원하는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개발 수요가 불충분한 지역의 방치 부동산을 무리하게 재개발하기보다 소유권 매입 없이 일정 기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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