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완전 중단한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은 계열사간 지분보유를 통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지난해 10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제안했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같은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외부전문가들과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회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전반적으로는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이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은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혀 예상은 됐지만, 완전 중단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이날 자사주 완전 소각을 발표하면서 장래에 이번 결정이 번복될 개연성마저 차단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보유중인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발행주식의 13.3% 해당)를 모두 소각한다고 밝혔다. 또 올해 9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후 소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사주는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회사를 인적분할하면 의결권이 부활하기 때문에 이를 지렛대로 삼아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카드다.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있을지 모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카드 자체를 아예 버린 셈이다. 이날 실적발표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에도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이 '오너 경영 회사'에서 '주주 경영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영권 승계 이슈에서 벗어나 회사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당초 예고대로 이번에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실시했다.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7000원의 분기배당을 결의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탄 반도체 부문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 1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54% 늘어난 50조550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48.27%나 급증한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송성훈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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