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무면허에 미성년자 운전까지` 범법 온상된 카셰어링
입력 2017-04-18 15:21 

지난해 12월31일 경남 창원시의 한 대형 마트 지하주차장. 하얀색 승용차가 빠르게 주차장에 진입한 후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을 들이 받았다. 차량서 내린 검정색 옷차림 청년들이 빠르게 사고현장을 벗어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모두 10대의 고등학생이었다.. 지난 3일 인천 남동경찰서의 추적에 의해 잡힌 A(18)군 등 이들 10대 행적은 대담했다.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였지만 총 79대의 차량을 빌려 100차례 이상 도로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거나 주차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만 20번을 냈다. 차량 수리비와 과태료는 1억 원에 달했다.
무면허 10대들이 사고를 내면서도 다시 차량을 빌리는 게 가능했던 것은 '카셰어링'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이란 타인의 차량을 일정 사용료를 지불하고 빌리는 것으로 렌트카 회사로 가지 않고 가까운 주택가에서 바로 이용이 가능하고 시간 단위로 쓸 수도 있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사업회사가 직접 차량을 관리하지 않는 탓에 무면허 고등학생까지 차를 빌릴 수 있을 만큼 대여절차가 '구멍' 투성이다. 지난 2월에도 17세 고등학생이 부모 명의로 빌린 카셰어링 서비스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자살했다. 지난해 11월 또 다른 10대들도 절도 행각에까지 '카셰어링'을 이용했다.
18일 매일경제는 이같은 국내 주요 카셰어링 업체의 운영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지인인 미성년자와 함께 차량을 직접 대여해 본 결과 곳곳에서 허점이 확인됐다.
'구멍'은 차를 빌리기 위한 필수절차인 회원가입부터 드러났다. 가입시에는 휴대폰 문자로 전송받은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운전면허 정보와 카드 결제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업체들은 "운전면허와 결제 카드, 회원 이름이 모두 같아야 가입이 승인된다"며 보안시스템을 홍보했으나 보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먼저 기자와 동행한 무면허 미성년자 핸드폰 전화번호와 기자의 이름을 입력하자 '인증문자'가 발송됐다. 이를 홈페이지에 입력한 후 기자의 면허증 번호와 신용카드정보를 추가 입력하니 몇 분만에 회원가입이 완료됐다. 면허가 없는 사람이나 10대 청소년들도 부모 등의 면허와 카드 정보, 그리고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해 언제든 차량 대여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교통연구원 박준식 박사는 "불법 사용이 우려돼 수년 전 휴대폰과 운전면허, 결제 카드 명의를 일치시키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공유 경제의 긍정적 효과는 살리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적절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카셰어링 업계에서는 "규제를 자꾸 만들다 보면 결국 '공유경제' 모델이 훼손되고 사용자들의 불편이 커진다"며 규제강화에 부정적이다. 앞서 경찰에 붙잡힌 A군도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빼낸 고객정보를 범행에 이용했다.
실제 차량을 이용할 때도 장애물은 전혀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 차량 대여 앱을 실행한 뒤 화면의 지도에 표시된 주변 차량 중 하나를 선택하고 차량을 향해 걸어가면서 예약 버튼을 누르니 '스마트 키' 화면이 나타났다. '열림' 버튼을 눌러 눈 앞에 서있는 차량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데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분. 휴대폰 앱에서 차량 상태 확인을 위해 사진을 찍으라는 메시지가 표시됐지만 차량 문을 열어 운전석에 앉는 10대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도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제의 근본원인인 본인 인증 절차 강화는 '필수의무'가 아니다. 개정된 법령은 경찰청 등 관련 기관을 통해 운전면허 정지 여부, 사고 이력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 내용만 포함하고 있을 뿐이었다. 업계 2위 업체인 롯데렌터카의 카셰어링 브랜드 그린카는 본지 취재가 시작된 직후인 18일 "기존의 운전면허증, 결제카드 정보 일치 여부와 함께 휴대폰 본인 명의 확인을 도입했다"고 부랴부랴 발표했다. 그러나 70%의 시장을 점유한 업계 1위 사업자 쏘카를 비롯해 다른 업체들은 "향후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할 모색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을 뿐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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