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로봇펀드 올핸 선방…"희망 버리긴 일러"
입력 2017-04-14 16:11  | 수정 2017-04-14 17:25
로봇펀드 출시 1년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공모펀드의 부진한 성과에 대해 시장 안팎에선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특히 투자금액이 적은 일반 투자자도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로봇 금융상품에 희망을 버리기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변수가 사라진 올해 수익률만 놓고 보면 로봇 펀드가 인간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투자비용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비대면 일임계약을 로보어드바이저에 허용할 경우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를 크게 낮출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매일경제신문이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인간 펀드매니저가 굴리는 자산배분 펀드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올해 들어선 로봇 펀드가 인간 펀드에 1~2%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채권혼합형의 경우 연초 이후 지난 12일 기준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3.15%, NH아문디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2.3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간이 굴리는 한국투자에셋클래스 펀드는 1.19%, 멀티에셋글로벌두루두루자산배분 펀드는 0.94%에 그쳤다. 주식형의 경우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5.81%를 기록한 반면 KB글로벌주식솔루션 펀드는 0.76%로 수익률 차이가 5%포인트 이상 났다.
로봇 펀드들이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직후 예상하지 못했던 가파른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으로 손실을 입었지만 올 들어 채권금리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그만큼 해외채권 투자에서 수익이 컸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직접 채권 매매가 어려워 대부분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채권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당수 인간 자산배분 펀드들이 담은 국내 채권의 경우 그동안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는데 올해 경제성장 전망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하반기 내지 내년에 오르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로봇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해외채권의 경우 미국 금리가 올라도 뱅크론(금리연계 은행대출채권), 하이일드(투기등급 고수익 회사채), 물가연동채권 등 담을 수 있는 채권이 다양해 대응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첫 로봇 펀드가 탄생한 지 1년이 됐지만 나머지 펀드들은 대부분 설정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하이ROKI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2016년12월) 펀드는 이제 겨우 4개월이 지났고, 동부밸류아이로보어드바이저(2017년3월) 펀드는 출시된 지 약 1개월에 불과하다. 김영진 와이즈에프앤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출시된 로봇 펀드의 수준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직 실패다, 성공이다를 논하기는 이르다"면서 "다양한 상품을 좀 더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로봇 펀드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는 자산배분 상품인데도 펀드 유형을 획일적으로 나누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금융당국, 채권혼합형 펀드 위주로 보수적으로 상품을 판매한 판매사 등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판매된 로봇 펀드 700억원 가운데 약 600억원은 채권 비중을 60% 이상 담아야 하는 채권혼합형으로 팔렸다. 최근 1년 사이 국내외 주식은 평균 10% 이상 오른 반면 주요국 채권은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이 1~2% 수준에 그쳤다. 채권혼합 형태로는 구조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셈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수수료 문제에서도 비대면 투자일임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공모펀드 형태로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종합 자산운용사 인가를 받은 업체만 가능하다. 따라서 판매를 위해서는 판매사인 증권사나 은행은 물론 종합 자산운용사를 끼워넣을 수밖에 없어 수수료를 더 낮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로봇 펀드의 평균 운용보수 0.7% 가운데 0.3%포인트 정도는 실제 운용을 책임지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아닌 사실상 펀드 껍데기만 제공하는 자산운용사 몫이기 때문이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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