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수는 물론 연인 손도 못 잡는 다한증·액취증은 뭐길래…
입력 2017-04-14 09:08 
다한증 및 액취증이 심한 사람의 옆에서 한 여성이 겨드랑이 악취로 코를 막고 있다. [출처 = 아름다운나라피부과]

기온이 올라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지만 땀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지금부터가 고민의 계절이다. 손과 발, 얼굴, 겨드랑이 등 특정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 때문이다. 특히 많은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겨드랑이는 고약한 냄새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복잡한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 안에서 기피대상 1호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 몸에는 에크린과 아포크린이라는 두 가지 땀샘이 있다. 맑고 투명한 땀을 배출하는 에크린 땀샘과 암내의 원인이 되는 아포크린 땀샘이다. 피부 표면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99%가 수분이며, 끈적임이 없고 냄새도 거의 안 나지 않는다.
다한증은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 에크린 땀샘에서 땀이 많이 분비되는 체질을 말한다. 다한증은 교감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함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정서적 발한이 있다. 이 경우 손이나 발, 겨드랑이 등 부분적 특발성 형태로 많이 나타나게 된다.
다른 원인으로는 전신질환과 연관된 다한증으로 당뇨병, 저혈당, 울혈성 심부전, 갑상선 항진증, 술이나 약물의 금단, 불안 및 폐경 등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평소 본인이 과도하게 땀이 흘린다면 대사성 질환이 동반되는지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유전적 성향 또한 다한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데, 만일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이 다한증이라면 50%, 양쪽 모두 다한증이라면 80% 이상의 확률로 다한증이 있을 수 있다.

겨드랑이 다한증을 가진 환자라면 액취증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질환이다. 고약한 암내를 풍기는 액취증의 원인이 되는 땀은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된다. 이 땀샘은 에크린 땀샘과는 달리 전신에 분포하지 않고 음부, 유두주변, 항문주변, 귓속에 있고 겨드랑이에 가장 많다. 액취증하면 주로 겨드랑이 냄새인 '암내'를 떠올리는데, 아포크린 땀샘은 에크린 땀샘이 비해 10배나 크기가 크며 여기서 나오는 땀도 원래는 냄새가 없다. 그러나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에 포함된 지방과 단백질 등의 물질이 모공 주변의 세균들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불쾌한 지방산의 냄새를 분출한다.
액취증의 또다른 원인은 피지선이다. 겨드랑이 모낭 주위에 존재하는 피지선에서 나오는 분비물에는 지방분이 많은데, 아포크린 땀과 마찬가지로 지방으로 인해 세균이 번식하여 고약한 냄새를 나게 한다.
다한증·액취증 치료 방법은 크게 주사, 레이저, 수술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인 보톡스는 땀샘 부위에 주사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고 땀 분비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약물을 1.5 cm 간격으로 주사하는데, 시술 시간이 5~10분 정도로 짧고 부작용이 없다. 시술 후3일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효과는 한 달까지가 가장 좋으며 이후부터 조금씩 땀이 다시 나기 시작해 평균 5~6개월 후면 원 상태로 돌아온다.
보톡스 보다 명확한 치료법인 수술 요법도 있다. 크게는 피부를 절개해 땀샘을 제거하는 절개법이나 가는 흡입관을 지방조직에 넣어 지방을 흡입하는 지방 흡입법으로 나눌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선 피부를 절개해야 하기 때문에 흉터가 남고, 각종 합병증, 비용 등의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절개나 합병증이 없으면서 효과 및 지속 능력이 우수한 치료법도 있다. 최근 도입된 극초단파(혹은 미라드라이) 치료법이다. 극초단파는 300MHz~300GHz사이의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적 신호를 말하는데, 고주파와 레이저 사이의 파장을 이용해 피부 속에 열을 주어 땀샘을 파괴하고 표피는 냉각시켜 보호하는 방식이다. 땀샘이 주로 존재하는 하부진피와 피하지방층의 경계 부위에서만 55~60°C 정도의 온도상승이 일어나 땀샘 세포는 열에 의해 선택적으로 파괴된다. 이렇게 파괴된 땀샘은 다시 생성되지 않으므로 다한증 치료 효과의 지속성도 우수하다.
또한 땀과 냄새를 동시에 치료하는 방법으로 피부 표면에 손상을 주지 않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승인을 받은 안전한 시술이다. 수술적 방법에 비해 회복이 매우 빨라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고 흉터, 혈종 형성, 감염, 영구적인 신경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게 장점이다. 미라드라이는 시술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과 같은 부작용도 없다.
다소 가벼운 다한증·액취증의 경우 일상생활 속 식습관 관리와 청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억제가 가능하다. 청결은 땀과 피부에서의 세균발생을 최대한 억제시켜주는데, 아침저녁 살균 효과가 좋은 약용제품을 사용하여 깨끗하게 샤워하고, 파우더 등을 사용하여 건조시켜 주어야 한다. 털은 피지가 엉켜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온도와 환경을 조성하므로 제거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식습관도 다한증·액취증 관리에 중요하다. 지방 섭취는 체취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육류, 계란, 우유, 버터, 치즈 등의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보다는 야채, 생선, 해초, 콩 등의 다양하고 균형잡힌 영양소를 섭취하는 게 좋다. 비타민은 다한증·액취증의 대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비타민A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번식을 억제해주고, C는 다한증·액취증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 E는 악취발생의 원인이 되는 과산화지질을 억제시켜 준다.
강남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이상준 원장(피부과 전문의)은 "실제 다한증을 진단할 땐 땀 배출량을 체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이 있느냐에 따라 진단과 치료 여부를 달리한다. 그만큼 다한증은 삶의 질은 매우 떨어뜨리며,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까지 부르는 질환이다"라며 "하지만 질환에 비해 치료방법은 간단하기 때문에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종일수록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한증 자가 체크 리스트
아래의 9개 항목을 보고 '그렇다'면 ③, '보통이다'면 ②, '아니다'면 ①에 일일이 체크한 뒤 그 수를 다 더한다.
1. 긴장하면 땀을 많이 흘린다. ③ ② ①
2. 옷에 땀 얼룩이 남는다. ③ ② ①
3. 귀지가 눅눅하다. ③ ② ①
4. 부모의 한쪽 혹은 모두에게 다한증이 있다. ③ ② ①
5. 털이 많다. ③ ② ①
6. 피부가 지성이다. ③ ② ①
7.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③ ② ①
8.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좋아한다. ③ ② ①
9. 다른 사람으로부터 냄새를 지적 받은 적이 있다. ③ ② ①
※합계 점수가 24~27점이면 다한증이 심한 경우로 빨리 전문의와 상담을 한 뒤,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그리고 18~23점이면 다한증이 꽤 높은 편이다. 우선 전문의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다. 12~17이면 다한증이 조금 신경 쓰이는 편이다. 만일 자신의 땀이 크게 의식된다면 한번쯤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11점 이하면 다한증에 대한 염려가 없으며 청결에만 신경 쓰면 아무 걱정 없는 타입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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