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구조조정, 채권은행 대신 PEF가 주도한다
입력 2017-04-13 17:48  | 수정 2017-04-13 20:12
금융위 '新기업구조조정안'
금융위원회가 향후 5년간 8조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등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공동 관리 방식에서 탈피해 사모펀드(PEF) 형태의 기업구조조정펀드와 신규자금지원조건부 법정관리 모델인 법원의 P플랜을 구조조정 핵심 수단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新)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신기업구조조정 방안의 핵심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시중은행, 연기금이 앞으로 5년간 4조원을 출자해 모(母)펀드인 기업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후 모펀드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집어넣어 구조조정에 나설 때 민간 투자자들도 동일한 액수의 돈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자(子)펀드를 구성하고 PEF로 하여금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인수 후 적극적인 채무재조정, 신규 자금 투입, 사업구조조정 등 기업 정상화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해 기업을 회생시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PEF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도록 한 것은 기존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추가 대출을 꺼리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장부가 이하로 파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 선제적 채무조정도 쉽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은행 대신 PEF가 신규 자금 지원, 경영정상화 등 구조조정 주체가 되도록 하자는 게 신기업구조조정의 골자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은행은 기본적으로 위험회피자인 데다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증가로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은 이제 한계를 드러냈다"며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 시장을 조성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채권은행의 건전성·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장부가(당초 취득가격)를 밑도는 가격에 구조조정채권을 되파는 데 미온적인 채권은행들의 과감한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준거가격'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채권단 공동관리)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금융채권자 조정위원회'가 주채권은행이나 다른 채권은행, 잠재 매수자의 신청에 따라 준거가격을 산정해 가격 이견 조정을 위한 기준 가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강제력은 없지만 준거가격 제시에도 채권은행들이 채권 매각을 꺼리면 금융감독원이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향후 매각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준거가격으로 구조조정 채권을 매각할 경우 매각 담당자에 대한 면책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잠재 매수자들이 '될성부른' 구조조정 기업을 수시로 열람할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안으로 이른바 '구조조정 대상기업 중개 플랫폼'도 구축한다. 워크아웃 '재수'도 힘들어진다. 워크아웃 기본 기간은 3년인데 재수, 삼수 형식으로 무분별하게 좀비기업이 연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기업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 워크아웃 경영평가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없이는 워크아웃 연장을 불가능하게 하고 즉시 법정관리나 P플랜 등 고강도 구조조정 절차로 전환하도록 했다. 조선사가 대부분인 자율협약 기업 역시 자율협약을 무기한 연장하는 대신 P플랜을 통해 매각을 목표로 한 회생이나 연착륙 청산을 도모할 예정이다.
다만 PEF 운용사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중견 PEF 관계자는 "민영 기업인 KT, 포스코가 여전히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개 PEF가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칫 경영 효율성 저하로 이어져 성공적인 기업구조조정이란 소기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펀드 운용사가 사실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라는 점에서 민간 주도 구조조정 방식에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두순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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