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탄핵과 적폐, 안철수는 정치인과 책임"
대통령 선거가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자주 사용한 단어가 빅데이터 방식으로 조사돼 관심을 끌고 있다.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의 말은 단순히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국가 운영의 철학을 판단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팀은 지난 1월 1일부터 3월 28일까지 주요 대선 후보의 발언을 추출해 어떤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지 빈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13일 내놨다. 대선 후보의 발언은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를 사용해 분석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탄핵'(34회)을 가장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적폐'(32회), '정권 교체'(27회) 등의 단어가 그 뒤를 이었다. 문 후보는 '탄핵'이라는 단어를 국민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활용했다.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 시킨 것 말고는 정치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또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데 '적폐'와 '정권 교체' 단어를 사용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정치인'(41회), '책임'(37회)이라는 단어를 즐겨 말했다. 단적인 예가 "정치인에게는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과"라며 정치인의 역할과 도리를 강조한 발언이다. 안 후보는 '개헌'(28회), '안보'(21회), '일자리'(19회) 단어도 많이 쓴 것으로 조사됐다. 개헌 관련 발언은 "개헌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고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이전하겠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안 후보는 또 "대한민국 안보의 가장 중요한 틀은 한미동맹"이라며 확고한 한미동맹 중심의 안보관을 드러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경우 '사람'(100회), '좌파'(99회), '탄핵'(84회) 등을 가장 빈번하게 사용했다. 언론재단 뉴스빅데이터팀은 "홍 후보는 '사람'이란 말을 누군가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자주 사용했다"며 "홍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김정은의 환상에 기름을 부어주는 게 문 후보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보수'(54회), '승복'(44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34회) 등을 많이 활용했다. 뉴스빅데이터팀은 "'보수'는 유승민 후보가 작명한 '서민 보수'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자주 쓰였다"며 "'승복'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관련해 사용된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언론재단 빅데이터팀은 이러한 내용을 '뉴스 빅데이터로 보는 대선주자 정치철학과 비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담아 월간 '신문과 방송' 4월호에 실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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