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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중금리시장 진출 모색…상호금융 "불공정 경쟁" 반발
입력 2017-04-12 17:55 
우체국이 중금리 대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 시장을 공략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60조원이 넘는 예금을 굴리는 우체국까지 가세하면 중금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더 나아가 우체국이 중금리 대출 시장을 발판으로 다양한 대출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체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 등장에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권을 필두로 저축은행과 은행도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금리 우체국 대출상품 공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우정사업본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우체국은 전체 예금자산의 30% 범위에서 중금리 대출을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우체국 예금수신액(61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시장에 신규 공급할 수 있는 중금리 대출 규모는 최대 20조원에 달한다.
김 의원 측은 "은행권 대출은 고신용자에게 더욱 집중되고 저축은행·대부업체 등은 고금리 대출상품 중심 영업으로 일관하면서 금리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우체국예금을 활용해 중금리 서민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면 서민들의 금융 비용 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체국은 파산 시에도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에서 원리금을 전액 보장해주기 때문에 예금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다. 또 국가기관으로 법인세가 면제될 뿐만 아니라 만약의 예금 인출 사태에 대비한 지불준비금을 쌓아둘 필요도 없다. 그만큼 대출 비용이 줄어들어 대출 금리를 낮게 가져갈 수 있다.

우체국의 대출사업 진출 움직임에 상호금융권이 가장 반발하고 있다. 촘촘한 지역 영업망을 구축해 은행 등을 이용하기 힘든 곳에서도 활발하게 영업해온 상호금융권에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우체국은 강력한 경쟁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호금융권은 지난 7일 법안심사 소관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대표발의자인 김 의원에게 "우정사업본부는 각종 정부 지원 및 혜택을 바탕으로 월등한 사업 경쟁력을 보유해 대출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초래하고 민간 부문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전달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권도 불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체국이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질서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체국이 지금껏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아 관련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원리금을 100% 보장해주는 만큼 대출심사가 엄격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우체국을 활용해 낮은 금리 대출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기관이 직접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왜곡이 나타나게 된다"며 "부실대출이 발생하면 그 부담을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우정사업본부는 "도덕적 해이 등은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정감사나 감사원 조사 등을 통해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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