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선회
입력 2017-04-11 17:05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무고한 이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책임을 묻겠다고 재차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한 틸러슨 장관은 전쟁기념관을 찾아 1944년 나치 독일의 대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며 이같이 밝혔다.
틸러슨 장관의 강경한 어조는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퍼부은 미국의 즉각적인 공습이 일회성 대응이 아님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경찰' 역할을 자임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은 자국 우선주의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비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 유세 때 보여준 고립주의를 버리고 '개입주의'로 선회하는 신호탄이라는 항간의 해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외교라인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지난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화학무기 공격에 이용된 시리아 공군 비행장에 대한 타격은 아주 당연하며 우리는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6일 공습이 일회성 제스처가 아님을 적극 시사했다.

트럼프 외교 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워온 세계 외교가는 시리아 전격 공습에 이은 트럼프 외교 참모들의 강경 발언을 종합해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당분간은 고립주의 노선을 탈피해 반인도적 행태의 응징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때리기는 초반 국정 지지도를 위태롭게 만든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희석시키는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9일 ABC방송에 출연해 2013년 화학무기 협약에 가입한 시리아가 약속을 위반한 것은 러시아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9일 폭스뉴스에서 "러시아는 살인 정권을 계속 지지할지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도 러시아 압박에 가세했다. G7 외교장관들은 10일 이탈리아에서 내달 G7 정상회의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성격의 회의를 열고 시리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을 러시아에 강력히 요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회의 전 틸러슨 국무장관과 양자 회동을 가진 뒤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대가로 러시아 군부의 일부 인사를 시리아 군부 인사와 함께 제재 대상에 새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도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원을 끝내고 시리아의 6년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공동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G7 외교장관회의를 마치고 11~12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틸러슨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을 만나기로 했다. 틸러슨 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느냐를 놓고 막판까지 혼선이 빚어지는 등 시리아 공습을 둘러싼 미·러 갈등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권좌에 있는 한 평화롭고 안정된 시리아는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혀 아사드 정권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미국의 시리아 추가공습 여부에 대해 "아기를 독가스로 살해하거나 배럴밤(barrel bomb·폭약과 포탄 파편을 채운 대형 기름통)을 무고한 이들에게 투하한다면 대통령의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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