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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앤 해서웨이 믿고 봤다가…‘콜로설’, 손발 오그라드는 괴작
입력 2017-04-10 19:59  | 수정 2017-04-11 08:5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정체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당황스러운 ‘괴작이다. 행여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에 대한 믿음이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의 연관성을 기대하며, 서울의 멋진 야경을 상상하며 관람을 결심했다면 마음을 비울 것을 권하고 싶다. 다만, 종류에 상관없이 그저 ‘웃음이 필요하거나 일반적인 의미의 영화 관람 그 이상의 색다른 ‘일탈을 꿈꾼다면 과감히 도전해도 좋다.
1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할리우드판 괴수 판타지 SF 액션 ‘콜로설(나초 비가론도 감독)은 전혀 연관이 없는 지구 반대편에 자신과 똑같이 행동하는 괴수가 나타난다는 독특한 소재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특히 서울과 부천 등지에서 진행된 국내 로케이션 촬영, 마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프리퀄인 듯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묘한 인상에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뉴욕에서 남자친구와 살던 ‘글로리아(앤 해서웨이)는 직장과 남자친구를 모두 잃고 고향으로 돌아와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생인 오스틴(제이슨 수데키스)을 만나 그의 바에서 일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거대 괴수와 자신이 묘하게 연결돼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 큰 재앙을 막아내기 위해 직접 나선다.
앤 해서웨이는 이번 작품에서 엉뚱 발랄하면서도 코믹한 모습을 한껏 강조한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괴수 영화들이 통제 불가한 위협적인 존재로 그려졌다면, ‘콜로설 속 괴수는 그녀에 의해 통제 가능하며 전혀 괴기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흥미로운 요소는 이것이 전부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앤 해서웨이의 조금은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는 점, 기존 괴수물에서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일 정도로 ‘귀여운 괴수를 만날 수 있다는 정도다.
장르는 SF판타지 괴수 액션물로 소개됐지만 괴수의 등장부터 퇴장까지 일차원적인 코믹으로 일관된다. 고질라 그 이하의 비주얼로 무섭지도 괴기스럽지도 않고, 신기하거나 새롭지도 않은 괴수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난감 모형물 수준이다. 대부분 CG도 어색하다. 괴수가 왜 서울에 등장하게 된 것인지, 앤 해서웨이와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 지, 그 사연이 공개되면 될수록 더욱 더 웃기고 황당하다.

게다가 몇차례 괴수의 등장을 제외하고는 앤 해서웨이를 둘러싼 드라마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역시 개연성의 부재로 한없이 헐겁다. 사랑과 일을 포함한 그녀의 삶이 어쩌다 엉망이 돼버렸는지, 그의 내면적 갈등부터 주변인과의 관계, 히어로서의 변모 과정이 모두 헐렁하다. 알코올 중독자에서 하루 아침에 인류를 구한 히어로로 성장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한 없이 일차원적이고 난감하다.
중간 중간 괴수의 등장이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분명 해당 장면이 코믹만은 아닌 것 같은데도 109분의 러닝 타임 내내 헛 웃음이 나오는 것 이 외엔 다른 감정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감독은 남성이 여성에게 의식적으로 가하는 어떤 폭력의 에너지가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고, 작은 드라마 속에 큰 블록버스터가 숨어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자신했지만 안타깝게도 두 가지 모두 공감하긴 힘들다.
오히려 영화가 끝난 뒤 앤 해서웨이의 발랄한 변신 보단 괴수보다 더 무섭게 등장하는, 스토커인지 여성혐오증 환자인지 구분이 안 가는 정체 불명의 오스틴의 잔상만이 뇌리에 깊이 남는다. 한국을 배경으로 했다는 게 자랑스럽고 반갑기 보다는 서울을 담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배경도, 대사도, 등장 인물도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러운 것 없이 낯설다. 할리우드 스타의 이름값이 아까운 보기 드문 괴작의 탄생이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9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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