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습관을 들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철학'과 같습니다. Pay you first, 일단 월급을 받으면 가장 먼저 본인의 노후를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투자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리 대표는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Scudder Stevens and Clark)에서 15년간 펀드매니저로 활약했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뮤추얼 펀드 '더 코리아 펀드(The Korea Fund)'를 운용하며 유명해졌다. 이후 도이치투신운용, 라자드자산운용을 거쳐 지난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2013년 귀국 당시 한국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준비 없는 노후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소비행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년층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젊은 층을 보면 '오늘만 산다'는 식의 소비행태를 하고 있었다는 것. 리 대표는 "혹자는 생활비를 쓰다보면 투자할 돈이 남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에 자신이 밀려있는 것"이라면서 "최소한 월급의 10% 이상은 노후를 위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제차량·명품 등 사치성 구매와 학원·과외비 등 과도한 사교육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 대표는 "한국인들은 노후자금을 아이들의 사교육비로 모두 투입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절대 갚지 않는다. 절대 회수가 되지 않는 투자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태인의 사례를 들었다. 유태인의 경우 부모들은 자녀에게 영·유아부터 증권 계좌를 개설해 투자를 가르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돈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금기시 되는 풍토가 조성돼 있으며 교과과정에서 조차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유태인처럼 부모와 함께 주식투자 하는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메리츠자산운용은 올해 초부터 매달 첫째주 토요일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무료 투자 세미나를 열고 있다. 세미나는 리 대표가 직접 강연자로 나선다. 그는 "자본주의를 금기시하는 잘못된 풍습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한국 부모들은 과도한 사교육비를 부담하면서 정작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는데, 이는 가난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사교육에 지나치게 비용을 쓰는 대신 아이들에게 투자 등 경제관념을 가르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명문대 졸업장과 월급이 많은 직장이 아니라 어렸을 때 부터 경제관념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사교육비 대신 주식에 투자하고, 아이들이 경제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교육과 노후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리 대표는 강조했다.
다만 투자는 절대 도박이 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수익률에 혹해 단기매매에 그칠 것이 아니라 20~30년 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에 실패하는 이유는 투자가 아니라 도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며, 투자를 위한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노후 준비'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리 대표는 기자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일단 차를 팔아라.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노후에 거지가 되도 좋다는 뜻"이라며 "차를 판 돈으로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당장 10년 뒤의 삶의 질이 달라져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리 대표는 개인 소유 차량이 없다. 출퇴근 때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의 충고가 더욱 따끔하게 들리는 이유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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