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4월 5일 뉴스초점-'저출산' 혁신적 해법 필요
입력 2017-04-05 20:11  | 수정 2017-04-05 21:00
내가 사는 마을이 사라져버린다면, 어떨까요?

전체 주민 818명,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고, 나머지는 40~50대가 대부분, 초등학생은 5명이 전부인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20~30대 여성이 21명밖에 안됩니다. 때문에 아이는 1년에 1명 정도만 태어나죠.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3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는 시·군은 전국에 84곳이나 됩니다. 게다가 비단 '시골' 마을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 제 2의 도시인 부산에서도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2개의 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니까요.

우리나라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꼴찌인 건 다 아실겁니다. 왜 일까요? 애 낳기가 두려운 게 아니죠. 키울 엄두가 나질 않아서지요.

엄청난 양육비·교육비는 기본, 상당수 여성들은 아이를 낳아 키우자면 일을 포기해야 합니다. 실제로 육아휴직을 이용한 여성 10명 중 4명 이상은 1년 안에 직장을 떠나고 있죠.

이런 직장이 있다면 어떨까요? 출산 예정이거나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직원을 위해 출산과 육아 전문가를 채용해 산모의 건강과 육아 방법, 육아 용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또, 여직원이 추가 근무를 할 경우엔 집으로 음식을 배달해주고, 세탁과 청소도 대신해줍니다. 출장을 간 여직원의 모유 배달 비용을 대신 지불하기도 하고, 여직원이 출장을 갈 경우엔 보모를 동행시켜 주기도 하고…. 미국에 실제로 있는 회사들 얘기죠.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 등 선진국의 좋은 제도란 제도는 모조리 들여왔습니다만, 제도가 다가 아니죠. 정작 이 제도를 적용해야 할 직장에서는 여전히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돈이 드는 문제니 당연히 주저할 수 밖에 없고요.

그렇지만, 아이를 안 낳으면 동네·시·군만 사라질까요? 크게 보면 국가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출산 문제가 국가 존립의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해진 만큼, 정부도 기업도 좀 더 멀리 크게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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