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랜드그룹, 리테일 상장 내년으로 연기
입력 2017-04-03 16:42  | 수정 2017-04-03 17:19

이랜드그룹이 추진중이던 이랜드리테일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대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이랜드월드가 가진 이랜드리테일 지분 일부를 시장에 내다팔아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랜드리테일은 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이랜드파크 지분을 이랜드월드가 매입하며 지배구조 개편도 시도하기로 했다.
이랜드리테일 자회사 이랜드파크에서 임금 체불 논란 등이 불거져 여론이 악화된 탓에 연내 IPO를 추진하기 힘든 상황에 몰리자 과감히 '플랜B'를 들고 나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몇년간 공격적인 사업 확장 여파로 부채비율이 올라 거액의 신규자금 유치가 절실했다.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아울렛, 킴스클럽 등으로 널리 알려진 유통기업이다. 지난해 12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올해 5월 IPO 모든 절차를 끝낼 수 있다고 수차례 공헌했다.

상장을 추진한 가장 핵심 이유는 기업가치 훼손없이 그룹 재무위기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월드 부채비율은 2015~2016년 한때 400% 안팎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올 초까지 보유 부동산을 잇달아 팔고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까지 중국 '브이그라스'에 8770억원에 팔고 나서야 부채비율을 200%대로 내릴 수 있었다. 상반기 이랜드리테일 IPO까지 마무리하고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떨어뜨려 시장에 떠도는 '위기설'을 잠재운다는게 당초 계획이었는데, 상장 연기로 계획이 틀어졌다.
하지만 이랜드그룹 측은 상장 연기에도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랜드리테일 지분을 팔아 만든 6000억원으로 6월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문제를 해결하고, 추가적으로 부동산(3000억원 규모)과 비인기 브랜드(500억원 규모) 매각에 나서면 부채비율을 올 연말 예정대로 20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랜드 측은 추가 자금조달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함께 밝혔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동복 브랜드 위시키즈 중국법인도 향후 홍콩 주식 시장에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가진 패션사업부를 별도로 독립시켜 이랜드월드를 명실상부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가 사업도 겸하는 '과도기 체제'에서 벗어나 1~2년 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시장의 이목은 IPO 연기가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한국신용평가는 이랜드월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해 이랜드그룹에 경고장을 보낸 바 있다. 일단 나이스신용평가는 IPO 계획 변경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랜드그룹과 계열사에 부여한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기업평가는 4일 세미나를 통해서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대 신평사 중 어느 한곳이라도 신용등급을 하향할 경우 이랜드그룹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장원 기자 / 박윤구 기자 /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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