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이준석 선장의 소지품
입력 2017-04-02 16:11  | 수정 2017-04-09 16:38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소유자가 확인된 첫 유류품이 나왔다. 이준석 선장의 여권과 신용카드다.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이 선장의 소지품이 가장 먼저 발견되면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은 다시 한 번 눈물을 삼켰다.
2일 해양수산부는 이날 새벽 5시경 세월호에서 흘러내린 펄에서 이 선장의 여권과 신용카드, 주인 불명의 지갑과 볼펜, 손가방 등 유실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당 유류품은 지난 29일 한때 미수습자의 유해로 오인됐던 동물 뼈가 발견된 곳인 선수 쪽 조타실 아랫부분에서 발견됐다. 이날 유류품과 함께 돼지 뼈로 추정되는 뼈 조각 9개가 추가 발견되면서 유해 발견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미수습자 가족들이 또 다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3년 동안 미수습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도맡아온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난번과 같은 위치에서 뼈가 발견돼 미수습자 가족들의 입회하에 확인했다"며 "하지만 동물 뼈로 확인 돼 또 다시 미수습자 가족이 오열해다"고 대신 심경을 전했다.
이날 유류품이 발견된 세월호 선수 조타실 아래쪽은 세월호 참사 직후 이 선장이 해경에 구조된 장소다. 당시 이 선장은 제복도 입지 않은 채 팬티 차림으로 황급하게 탈출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날 발견된 이 선장의 여권과 신용카드 등은 그가 해경에 구조되면서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 소지품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탈출하기에만 급급했던 이 선장의 비정한 모습을 다시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발견된 유류품은 별도 제작된 용기에 담아 항만 부두로 이동해 임시 보관을 하고 있다"며 "세월호가 육상 거치되고 난 이후에 보관 장소가 설치되고 나면 세척,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따로 보관 장소를 마련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류품 발견과 함께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지점의 해저면 수색작업도 본격화 했다. 앞서 해수부는 세월호 침몰 지점 주변으로 해저에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철제펜스를 설치해 인양 과정에서 있을 혹시 모를 유실에 대비해 왔다.
해수부 관계자는 "펜스를 총 40개 구역으로 나눠 상하이샐비지 소속 잠수사 20명이 2인 1조로 수색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실 가능성이 높은 선미 하단 2개 구역에 대해서는 종·횡으로 4배 이상 꼼꼼히 반복 수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잠수사의 수색이 끝나면 수중음파탐지기(소나)를 이용해 2차 수색에 나서는 한편, 인양 작업 중 잘라낸 세월호 선미 램프도 건져내 목포신항으로 가져올 계획이다.
해수부는 전날 오후부터 8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펄 제거 작업에도 착수했다. 세월호 선체 하부에는 펄 약 300㎥가 20∼30㎝ 높이로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펄을 제거해야만 세월호를 옮길 특수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가 반잠수선과 세월호 사이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게 해수부의 판단이다. 해수부는 오는 4일 자정까지 펄 제거 작업을 완료해 6일 세월호를 최종 육상 거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주말 목포신항은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한 후 첫 주말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로 뜨거운 추모 열기를 보였다. 목포신항을 가로지르는 철제 펜스에는 추모객들이 메어놓은 노란 천 조각이 바람에 흩날리며 노란빛 추모 물결이 일었다. 주말 사이 목포역 사이를 오가며 추모객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45인승)에도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2일 아침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목포를 찾았다는 조민정(20·여·부산 거주)는 "수학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이 나와 같은 나이라서 더 마음이 아팠다"며 "3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었지만 세월호가 마지막 항해를 마친만큼 이번에는 꼭 미수습자들을 찾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목포 = 박진주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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