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기시장 큰손 중동 국가들 "독자개발 추진한다"
입력 2017-03-30 17:16 

국제 무기시장의 큰손들인 중동지역 국가들이 자국 군수산업을 육성해 해외 무기 의존도를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 국가가 무기 자립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군수산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이 서방 군수 업체들에게 군사거래와 함께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방장관을 겸하는 모하메드 빈살만 부왕세자는 지난해 TV 연설에서 해외 무기 공급업체들이 사우디 업체와 제휴해야만 거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군수업체들도 '아랍 퍼스트'를 내세운 사우디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군용차량 험비의 제작사 미국 AM 제너럴은 지난 2월 험비에 들어가는 특수 섀시를 수출해 중동 파트너를 포함한 고객사들이 자체 조립을 할 수 있게 했다.

전파방해기, 레이저 등 군사장비 공급업체 AEC도 최근 사우디 정부의 사이버 보안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항공사 보잉도 중동에 새로운 생산라인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중동국가들의 요구는 자국 군수산업 육성으로 무기 자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전체 군사장비 구매 예산 중 자국업체에게 투자하는 비율을 현행 2%에서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사우디의 2015년 국방비 지출은 872억 달러(97조 원)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중동국가들은 방위 산업을 통해 안보 자립 뿐 아니라 석유 의존 산업구조에서도 벗어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WSJ는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민감한 군사기술 부품의 유출에 대해선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며 제휴 기회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실제로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2년 전 UAE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아까운 시일 내 지역 국가들에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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