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오전 대구 칠성시장을 찾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그의 손을 꼭 잡고 소리쳤다. "대선에서 누구는 꼭 이겨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습니꺼?" 안 전 대표는 부드럽게 웃으면서도 또박또박 "네, 잘 알고 있습니다. 해내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안 전 대표가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꺾을 수 있는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호남·제주와 부산·경남을 비롯한 모든 지역 경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에게 압승을 거두며 당 대선후보 선출에 9부능선을 넘어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안 전 대표를 '문재인 대항마'로 밀어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구 수성구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김영균 씨(45)는 "보수가 갈가리 찢어져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며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사람이나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정당은 대선에서 빠지고 새로운 사람이 보수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후보들보다 중도보수 후보인 안 전 대표 지지의사를 밝힌 것이다.
택시기사 박선영 씨(58)는 "5년 전 대학생인 아들이 안철수 후보를 좋아했는데, 요즘 보니 안 후보가 문재인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같아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와의 경쟁구도를 더욱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문 전 대표가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가 누구냐"며 "저 안철수 야물딱지게 할테니 팍팍 밀어주이소(야무지게 할테니 밀어달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안 전 대표는 "우리 스스로 국민의당을 믿어야 국민들도 믿어주신다"며 "국민에 의한 연대, 오직 그 길만이 승리의 길이다. 안철수의 시간이 드디어 시작됐다"고 포효했다. 선(先)자강 후(後)연대론을 재확인하면서, 안철수 중심의 중도보수 단일화를 강조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경선 이후에는 경쟁자인 손 전 대표, 박 부의장과 함께 본선을 대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안 전 대표는 연설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경선에서 후보가 선택되면 이제 그 후보가 다른 두 분과 함께 의논하면서 이제 본선 치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손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의 '자강론'을 비판하고 연대론을 펼친 것에 대해서는 "제가 (자강론을 손 전 대표에게)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 측은 경선 이후 손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 등 요직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연대론 보다는 자강론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당 중진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가서 30% 가까이 나오면 다른 정당 후보자들의 지지가 따라올 것"이라며 "반문재인을 주장하는 후보들이 안 전 대표를 지지할 것이며 인위적 연대는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 전범주 기자 / 서울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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