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외면한 채 무리수를 강행해 온 트럼프 정부가 주요 정책마다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취임 2개월여 만에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무슬림 입국을 금지한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고 오바마케어를 대체하기 위한 트럼프케어 법안 표결이 무산된 데 이어 최근 트럼프가 공을 들인 환경 행정명령과 불법체류자 체포 시도마저 반발에 맞닥뜨렸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세제개혁에 본격 착수하려는 가운데 의회의 반발 등 정치지형상 이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트럼프노믹스 좌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환경단체와 인디언 원주민단체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의 환경규제 철폐 정책에 대해 몬태나 연방지방법원에 첫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은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청정전력계획을 철회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명령이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쟁력을 잃은 석탄 기업들만 이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법체류자를 보호하는 도시에 연방정부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각 지역 경찰관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노조 지도부는 28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주요 도시에 대해 재정지원을 중단하면 각 지역 경찰청 유지에 타격을 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범죄 단속을 느슨하게 해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고 항의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0여곳 불법체류자 보호 도시에 대해 연방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이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10억 달러의 추가 예산 요청에 대해서도 여당인 공화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방예산 증액으로 민주당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멕시코 장벽 예산까지 요구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30일에는 연방의회 상원 정보위원회가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한다. 이 또한 트럼프 정권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전망이다. 청문회에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과 트럼프 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폴 매나포트, 트럼프 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 등이 조사 대상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혁도 추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2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여러 회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0~28%로 인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 당시 현행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내리겠다는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통해 재정을 확보해 법인세 인하로 줄어든 세수를 보완하겠다는 전략이 어긋나면서 비롯됐다.
트럼프 정부는 또 국경조정세를 신설해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에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국경조정세 신설 역시 당내 반발에 직면해 있다. 국경조정세 신설은 미국의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를 추구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크고 미국의 교역상대국에서 반발할 여지가 있어 공화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가 운용 동력을 조기에 상실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갤럽이 미국 성인 1500명을 상대로 한 일일 전화 추적조사에서 29일 현재 취임 후 최저치인 35%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직후 46%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러시아 대선개입 및 트럼프 캠프와의 내통 의혹, 반이민 행정명령 제동, 트럼프 케어 좌초 등으로 하락을 거듭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두달 후 60% 초반,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50%대의 지지율을 보였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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